나의 이야기

퇴직후 175,200시간을 어디다 쓸 것인가?

조왕래 2013. 5. 22. 16:09

남자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갔다 오고 취직을 하면 보통 30세가 된다. 30세에 취업해서 60세에 정년퇴직을 한다면 약 30년을 근무하는 것이다. 학자에 따라 시간 계산법이 다르지만 내방식대로 해보면 우선 법정 주당 근무시간 40시간에 일 년이 52주이니까 40시간ⅹ52주ⅹ30년=62400시간 노동에 종사한다.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러면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 요즘 수명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100세까지 온전한 정신으로 살기는 아직은 어려운 것 같아 90세까지 정신 말짱하게 (몸은 아프기도 하겠지만) 산다고 하면 퇴직 후 또 30년이다. 매일 8시간을 자고 16시간을 깨어있는 상태로 보면 16ⅹ365ⅹ30=175,200시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이다. 이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막막하다.

지금도 공원에 가면 장기를 두거나 공원 벤치에서 돌부처처럼 꼼짝 않고 도사처럼 시간을 보내는 노인분들이 많다. 고령화 사회를 우리보다 일찍 맞은 일본의 어느 회사에서 지금 퇴직했다고 가정하고 퇴직 후의 ‘하루 계획표’를 작성하라는 과제에 사람들이 제일 먼저 수면시간과 식사시간을 채워 넣었다. 시간이 많이 남았다. 신문 보는데 1시간 30분 TV 시청에 2시간 책 보는데 1시간을 할애해도 도저히 채우지 못해 도망가고 싶었다고 실토한 기사가 있다.
 
이건 남의 나라 남의 이야기가 이젠 아니다. 우리 이야기 나의 이야기가 되었다. 열심히 살아서 60세에 정년퇴직을 하고 남은 인생 덤으로 산다고 어영부영 보내고 80세 생일 잔칫상을 받고 보니 너무 허망해서 이렇게 오래 살지 알았으면 뭔가를 해볼 걸 하고 후회막급이여서 80세에 영어학원에 등록을 했다는 이야기가 인터넷에 떠돌아다닌 적 있다. 우리보다 앞서 장수국의 반열에 오른 일본은 퇴직 후 삶의 예가 책으로도 많이 나와 있다.
 
퇴직 후 일본 열도를 침낭을 짊어지고 야외에서 잠을 자면서 걸어서 종단한 사람도 있고 외국어 공부를 하여 70세에 통역사자격증을 딴 사람도 있고 여행을 다니면서 몇 권의 여행기를 쓴 사람도 있다고 한다. 나쁜 예로서 아내나 남편의 병간호로 많은 시간을 보낸 가슴 아픈 사연도 소개되어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선배들의 퇴직 후의 걸어간 길의 발자국이 선명하지 않다. 대다수가 미미한 소일거리로 시간을 죽이는 무의미한 삶을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의 우리 들은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175,200시간을 어떻게 잘 관리할 것인가 머리를 맞대어야 하고 정부에서도 연구하여 다양한 길을 제시해주면 좋겠다. 이번 박근혜 정부를 탄생시키는 투표과정에서 세대 차가 분명하게 나타났다. 사회는 결코 나이 든 사람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저소득층에게만 일정금액을 지원하는 것으로 손 털고 일어서는 모습이다.
우리에게 남은 175,200시간을 가족과 잘 지내는 법 재산, 소득을 제대로 관리하는 법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하는 법 재미있고 유쾌하게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고 실천해야 한다.

나는 시니어 분들이 저마다 특색을 살려서 잘 대처하리라 믿기에 걱정하지 않는다, 자전거가 넘어지려 하면 넘어지는 쪽으로 핸들을 돌려야 한다. 원리나 이론은 몰라도 그렇게 하니까 다시 일어서더라는 경험이 다들 있다. 경험만큼 솔직한 교육이 없다. 나부터 일과표를 짜고 연간 계획표도 짜고 5년마다 중기 계획표도 작성하려 한다. 175,200시간 그냥 허송하기에는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