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많은 장난감 종류에 놀라고 비싼 가격에 두 번 놀랬다. 며느리는 인형을 아이가 업고 노는 포대기가 들어있는 세트로 된 인형이 맘에 드는 것 같은데 손녀는 강아지 인형을 품에 안고 놓지 않는다, 다음에 공을 보더니 손가락질하며 또 사 달라고 꼼짝하지 않는다. 직접 내 새끼 같으면 둘 중 하나 고르게 할 텐데 기분 좋게 어린이날 기념이라고 사주었다. 흡족한 며느리가 한마디 한다.
“요즘은 엄마의 정보력과 아빠의 무관심에다가 할아버지의 재력으로 아이들이 큰대요” 아니 아빠의 머리로 알고 있는데 무관심이라니 몇 년 사이에 또 변했나 보다.
아들도 와서 함께 자주 가던 오리 고깃집으로 갔다. 오늘 외식의 명분은 어버이날인데 핵심 주인공은 손녀다. 그런데 기분이 나쁘지 않다. 밥 먹는 내내 이리저리 쏘다녀 붙들러 다니는 통에 식사 분위기는 꽝이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며느리가 서빙용 벨을 누르길래 막걸리라도 주문하려나 보다 했더니 손녀 고기 잘라주게 가위와 접시를 하나 달랜다. 그래도 그러려니 해진다.
아들도 와서 함께 자주 가던 오리 고깃집으로 갔다. 오늘 외식의 명분은 어버이날인데 핵심 주인공은 손녀다. 그런데 기분이 나쁘지 않다. 밥 먹는 내내 이리저리 쏘다녀 붙들러 다니는 통에 식사 분위기는 꽝이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며느리가 서빙용 벨을 누르길래 막걸리라도 주문하려나 보다 했더니 손녀 고기 잘라주게 가위와 접시를 하나 달랜다. 그래도 그러려니 해진다.
내가 막걸리 한 병을 주문해서 자작을 한다. 아들은 원래 술을 좋아하지 않지만 오늘은 운전 때문에 대작을 안 한다. 아무도 나에게 술 따라줄 생각을 안 한다. 전 같으면 아내나 아들이 술을 따라 줬는데 모두 손녀의 재롱에만 팔려 있다. 그래서 나도 무덤덤하게 자작한다. 커 가는 손녀를 바라보고 대견해하며 마시는 술도 맛이 있다. 며느리가 그동안 둘째를 가져 입덧이 심해 볼 때마다 마음 아팠는데 오늘 보니 잘 먹는다. 덩달아 나도 기분 좋다.
자연스럽게 입덧 얘기가 나왔다. 아내도 입덧할 때 겨울인데도 딸기가 먹고 싶다 했다. 33년 전에 12월의 딸기는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도 비쌌다. 지금의 경기도 하남시에서 살 때인데 서울 천호동까지 버스를 타고 와서 한 팩에 오천 원을 주고 샀다. 지금도 그 크기면 오천 원 정도 하니까 물가를 감안하면 참 비싼 편이었다. 서민은 겨울 딸기 사 먹을 엄두도 못했다. 눈길에 사러 가면서도 아내가 맛있게 먹을 걸 상상하면 기분은 최고였다.
자연스럽게 입덧 얘기가 나왔다. 아내도 입덧할 때 겨울인데도 딸기가 먹고 싶다 했다. 33년 전에 12월의 딸기는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도 비쌌다. 지금의 경기도 하남시에서 살 때인데 서울 천호동까지 버스를 타고 와서 한 팩에 오천 원을 주고 샀다. 지금도 그 크기면 오천 원 정도 하니까 물가를 감안하면 참 비싼 편이었다. 서민은 겨울 딸기 사 먹을 엄두도 못했다. 눈길에 사러 가면서도 아내가 맛있게 먹을 걸 상상하면 기분은 최고였다.
동물 중에서 유독 사람만 입덧이 있는 것은 에덴동산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어기고 선악과를 따 먹은 원죄라고 하는데 임신하는 것이 과연 죄인가? 하느님은 에덴동산에서 영원히 두 사람만 살고 종족 번성을 원하지 않았을까?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은 뱀의 유혹에 인간이 넘어갈 거라는 걸 정말 몰랐을까? 인간이 자식 없이 에덴동산에서 영원히 산다면 과연 행복했을까?
오리고기를 맛있게 먹는 며느리가 참 귀엽다. 우리 집에서 나한테 당당하게 말 받아 주고 나랑 음식의 기호도가 같은 사람은 며느리다. 내가 예뻐서 슬그머니 음식 반찬을 며느리 앞으로 밀어준다. 내가 못 먹어도 가족이 먹는 것을 보면 흐뭇하다.
옛 어른들이 세상에서 가장 보기 좋은 것 두 가지가 마른 논에 물들어 가는 것 하고,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이라 했다. 손녀 덕분에 가족끼리 오손도손 담소하며 먹는 식사는 아니지만 흐뭇하고 기분 좋은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