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관여하고 있는 사회단체에서 우리나라 최초 장애인 사진관인 ‘바라봄 사진관’ 나종민 대표를 취재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내가 사회복지사 자격을 갖고 평소 사회복지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는 기관에서 특별히 배려 겸 배정을 한 것이다. 취재는 목적이 있다. 흡족하게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서 평소 사진에 대한 나의 인식과 시니어들의 사진 활동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퇴직 후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많은 사람이 사진을 취미로 선택한다. 요즘은 카메라가 발달하여 촬영이 편하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보정기술도 필요 없다. 과거에는 필름을 사서 카메라에 장착하고 촬영 후에도 제대로 찍혔는지 알기 위해 현상, 인화 작업을 거쳐야 하지만 지금은 아주 간편해졌다.
사진 찍는 즉시 바로 볼 수 있고 잘못되면 지우고 다시 찍으면 되니 그다지 돈 들일도 없다. 이런 것들이 많은 사람이 사진동호회에 참가하는 유인책이 된 것 같다. 사진 강좌를 열면 수십 명이 몰려오고 손에는 백여 만 원씩 하는 고급 카메라를 들고 있다.
과연 이들이 사진을 찍어서 어떻게 하느냐 보면 개인 PC에 저장하여 가족들만 보기도 하고 좀 발전되면 개인 블로그에 올리는 수준에 멈추고 만다. 다시 말해 돈이 되지 않는 일을 한다는 것이다. 돈이 되지 않으니 영속성이 없고 나중엔 애물단지 카메라만 남게 된다.
봉사활동도 자존감을 살리며 지속하기 위해서는 다소 얼마간의 수입이 있어야 한다. 바라봄 사진관의 나종민 대표를 취재 후 이런 생각이 더 강해졌다. 봉사자의 원칙에 무보수의 원칙이 있지만, 사람마다 다 사정이 있으니 무조건 무료 봉사만 강요하기도 어렵다.
어떤 분은 남들에겐 무료 자원봉사를 하라고 권유하면서 자기는 수십만 원의 강의료를 챙겨간다. 사회복지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지금도 열악한 처우에 허덕이는 것은 이들도 자식을 키우고 부모를 모시는 직업인으로 보지 않고 천사로 묘사하면서 희생만 요구하기 때문이다. 하늘의 천사가 아닌 땅의 천사는 밥을 먹어야 한다.
퇴직자들의 마음 저변에는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안정된 일자리에 자존감을 세울 수 있는 일거리 나아가 손자들 과잣값이라도 줄 수 있는 벌이가 되는 3박자를 원하는데 이렇게 사진만 찍는 기술로는 돈이 안 된다. 사진을 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해야 한다.
예전 관광지에서 사진 완장을 차고 사진만 찍어 주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사람들은 이제 없어졌다. 사진 찍는 것만으로는 생계가 어렵다는 반증이다. 사진을 찍어서 편집하고 고객이 원하는 작품으로 만들어 주는 신개념의 사진업은 현재 호황이다. 고객을 선도해서 진보하는 수요를 창출해 나가기 때문이다.
대다수 시니어 사진 교육이 돈벌이를 애써 외면하고 수박 겉핥기식으로 기초만 하다가 끝을 내는 것이 현실이다. 무료 자원봉사 교육의 한계다. 일부는 사진 전시회도 여는데 본인은 자존감을 얻을지 몰라도 바쁜 사람 오라는 민폐는 아닌지 뒤 돌아볼 일이다.
시니어가 배운 사진기술로 돈 버는 방법은 협동조합체제가 제격이다. 사진은 배경이나 구도에 맞춰 잘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편집도 하고 포샵도 하고 필요시 스토리도 집어넣고 삽화도 그려 넣고 나아가 특별한 배경사진도 옮겨 넣어야 고객으로부터 환영받는 시대다. 시니어가 이 모든 걸 다 하기에는 솔직히 벅차다. 협동조합화해서 일을 나누어 하는 거다.
예를 들면 대다수 집에 여기저기 처박혀있는 사진도 있고 잘 보지도 않는 과거 앨범 3~4권 속의 빛바랜 사진들을 모으고 불러내어 사연도 집어넣고 삽화도 끼우고 CD 및 책자화 해주면 보관도 쉽고 보기도 편하고 자리도 적게 차지하여 사업 아이템으로 충분하다.
지금의 사진 앨범은 애물단지처럼 있다가 당사자가 죽으면 태워 없애버린다. 먼 훗날 자식들이 정신 차려 아쉬워해도 버스 지나간 뒤 손드는 격이다. 자서전처럼 스토리 있는 책으로 재편집해주는 일은 시장성은 있다고 본다. 노인이 한 명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없어지는 것 같은 지식의 창고가 하나 없어진다고 한다. 빈말이라도 기분 좋다.
시니어가 사진을 찍어서 편집하고 중간마다 글도 넣고 삽화도 끼우고 싶어도 우선 PC 능력에 글 솜씨에 그림 삽화능력의 부족으로 허둥대다 포기해버린다. 이런 시니어를 보고 시니어에게는 열정(熱情 )이 없다고 혹평하는 사람도 있다. 보완책으로 다단계식으로 여러 명의 시니어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하여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고객을 직접 찾아가서 자료를 함께 챙겨주고 넣고 싶은 말도 기록 해주며 얼기설기 엉성하게 만든 후 전문 편집인에게 다시 넘겨주면 초벌 번역한 것을 손보는 것처럼 전문가의 일이 쉬워지며 능률도 오를 것이다.
지금도 사진 자료들을 보내면 편집해주는 업체가 있는데 고객과 의사소통이 인터넷을 통해서만 하다 보니 제대로 되지 않아 만족도가 떨어지고 반품 및 재차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 찍는 시니어도 필요하고 글 솜씨가 있는 사람은 맛깔나게 스토리를 구성해주고 그림 솜씨가 있는 사람은 과거 기억을 그림으로 재현해주는 기능들을 분업하고 사진 합성기술도 동원하면 멋지고 보람된 시니어의 일자리가 되지 않겠는가?
행사 사진도 전문가 한 사람이 찍는 것보다 3~4명의 시니어 촬영단이 곳곳에서 찍은 후 전문가의 재편집을 하면 더욱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시니어 촬영단은 봉사에 가까운 적은 보수를 받기에 가능하다. 이름난 유명 사진사는 지방으로도 출장 가고 다음 스케줄이 꽉 차있으니 바쁘다.
예를 들면 회갑 피로연의 출장 사진사는 하이라이트만 찍으면 쏜살같이 달아난다. 모두가 떠난 후 가족들만의 가슴 속 소리의 풍경은 아예 담지 못한다. 시니어 사진사라면 느긋하게 가족처럼 끝까지 남아 찍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나중에 원하면 집에까지 동행하면서 찍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고객이 원하면 고객의 어릴 적 뛰놀던 산하도 동행하면서 마음의 조리개를 활짝 열어 소리 소문 없이 속마음까지 찍어 줄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