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 후 학원 강사도 하면서 후배들에게 당당한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을 했지만 세월의 흐름에 그 선배도 어쩌지 못하고 점점 활동 범위가 줄어들더니 주말농장을 하면서 지낸다는 이야기를 풍문에만 듣고 있었는데 직장에 다니니 놀러 오라고 자랑 겸 안부 겸 전화를 한 것이다.
오래만에 만난 선배는 애써 웃음을 짓지만 세월의 흔적이 얼굴과 어깨에 내려와 있다. 그 잘 나가던 선배가 관리실이라는 간판의 작은 사무실 한쪽의 구석진 곳에 앉아있다. 호화로운 사무실에서 당당한 모습의 선배만 보다 이런 몰골을 보니 왈칵 속울음이 나온다. 누구의 잘못인가? 30여 년간 같은 직장에 다니면서 해당 직장에서만 본부장이고 임원이고 엘리트였지 실사회에서는 아무 쓸모 없는 둔재로 만들어버린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인가?
뒤돌아서서 손가락질하면서 은행 통장 개설도 제대로 못 하는 사람, 가정에서도 있으나 마나 하고 시장 심부름도 제대로 못 하는 사람으로 평가 절하되어 고독한 섬에 갇힌 사람 취급을 받았단다. 새벽별 보기로 출근하고 저녁에는 접대 술판에 내몰리면서 회사에 필요한 공부도 코피 나게 하고 정말 신명을 바쳐 일해 왔지만 나이라는 정년 덫에 걸려 실사회로 밀려 퇴출당하고 보니 회사에서만 통용되는 언어와 실력만 있지 사회는 이방인 취급을 한다. 마치 천재 아인슈타인 박사가 혼자 아프리카 미개 부족에 내팽개치면 용빼는 수가 있었을까?
막상 사회에 내동댕이쳐진 후 정신 차려보니 딴 세상이다. 무언가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있을 것 같은데 막상 찾아보니 없다. 남들은 이제 퇴직하셨으니 쉬면서 잘하고 좋아하시는 것 하시라고 조언하는데 이것저것 찾아보고 내린 결론은 내가 잘하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 지우개로 지우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낮은 곳으로 임하고 모든 걸 받아드리기로 했다. 방안에서 별 달고 앉아 있으면 누가 알아주나?
중학교 가면 중학교 교과서로 공부해야지 언제까지 초등학교 때 국어책 잘 읽었다고 자랑만 할 것인가? 선배는 이를 악물고 소개받은 건물 관리소장 직책에 열과 성을 다해 충실토록 일했다. 젊은 직원들에게 업무를 배웠단다. 엑셀을 몰라 낮 시간대에 주민센터에서 전산교육을 받고 회계 책을 사서 틈틈이 독학하고 공부한 보람이 있어 지금까지 주먹구구식으로 해오던 관리 실무가 눈에 들어오고 개선점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제도화된 규정이 없다는 게 큰 문제였다. 인터넷을 뒤지고 타 업체의 규정도 살펴 본인의 장점인 기획 업무로 주차관리는 물론 관리비 지연입금에 대한 벌칙규정 등 모든 업무를 제도화해서 규정을 만들었다. 제도에 의한 관리를 하니 입주민과 언성 높일 필요 없고 남의 눈치 볼 필요 없어서 분쟁이 뚝 끊어 졌다고 한다. 과거는 과거다. 이미 흘러가 버린 물은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
시니어는 살아온 세월이 있다. 세상사는 모두가 얽혀있다. 이 선배는 본인이 잘하든 기획업무를 아파트형공장의 관리시스템에 접목하여 분쟁을 불식시키고 관리비를 절감시킨 성공적인 사례다. 이분이 다른 업무에 종사하였다 해도 그곳에 적합한 성과를 올렸을 것이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열심이 한 노력은 씨앗으로 어떤 다른 업무에도 접합이 된다. 과거는 잊고 자기의 새로운 역할을 찾아 당당히 살아가는 선배에게 박수를 보낸다.
시니어는 살아온 세월이 있다. 세상사는 모두가 얽혀있다. 이 선배는 본인이 잘하든 기획업무를 아파트형공장의 관리시스템에 접목하여 분쟁을 불식시키고 관리비를 절감시킨 성공적인 사례다. 이분이 다른 업무에 종사하였다 해도 그곳에 적합한 성과를 올렸을 것이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열심이 한 노력은 씨앗으로 어떤 다른 업무에도 접합이 된다. 과거는 잊고 자기의 새로운 역할을 찾아 당당히 살아가는 선배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