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친구의 인생 이모작

조왕래 2015. 8. 4. 22:47

    

60세에 정년퇴직을 해도 몸과 정신은 아직 더 일할 여력이 있습니다. 친한 친구 이야기입니다. 이 친구는 직장에서 부장으로 정년퇴직을 했습니다. 서울 강남에 번듯한 아파트에 삽니다. 120만원의  국민연금으로는 생활비가 부족하지만 오피스텔 두 채에서 임대수입이 나오고 은행예금도 몇 억이 있어서 이자 수입도 있습니다. 돈 나오는 구멍이 여럿이라 살아 가는대는 별 어려움이 없습니다

    

이 친구는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퇴직한 후라 처음에는 편안한 여생을 보내려고 했습니다. 아침 느긋하게 10시경 일어나 계란 프라이에 토스트나 해동된 인절미 한조각과 커피 한잔으로 아침을 대신합니다. 조간신문을 보고 11시경 아파트 내 헬스장으로 갑니다. 러닝머신에서 30분 정도 2~3km를 걷고, 달리기를 합니다. 몸이 더워지면 근육운동으로 역기 들기, 아령 등 기구 운동을 합니다. 거꾸로 매달리기, 윗몸일으키기 하체단련운동 등을 약 30분정도 합니다. 몸에서 땀도 나고 컨디션은 최고조에 도달할 때 집으로 와서 간단히 샤워를 하고 점심 식사를 합니다. 물론 저녁도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대부분 집에서 먹는 삼식이입니다.

    

오후에는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고 도서관에도 가고 주민 자치센터에 풍물놀이 장구 반에도 등록을 했습니다. 이런 생활이 한 6개월은 잘 이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생활이 행복했습니다. 점점 이런 생활이  싫어졌습니다. 출근하고 퇴근하고 성과물에 울고 웃던 과거 직장생활이 그리웠습니다. 지금은 자신이 꼭 식충(食蟲) 같고 세월을 허비하는 사람으로 느껴졌습니다. 건강한데도 이렇게 하루하루 늙음으로 끌려 들어가는 자신을 한심하게 느껴졌습니다. 친구는 나이든 사람들이 도서관이나 헬스크럽, 주민 자치센터에 나오는 이유가 대부분 목적 있는 삶이 아니라 시간 보내려고 온 사람들인 것을 알고 실망하고 있습니다.  

    

친구는 죽음으로 가는 인생 열차에 탑승하고 시간만  보낼것이 아니라  도전하는 주도적인 삶을 살아보자고 재취업의 문을 노크했습니다. 귀 기우려 주는 곳이 없었습니다. 결국 재취업을 포기하고 화물을 실어 나르는 소형 용달차를 구입해서 화물 운송회사에 적을 두는 운송사업을 시작했습니다. 3년간 경력을 쌓은 후 개인택시 운전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 자신에게 약속을 했습니다. 하나는 돈을 많이 벌기위해 운임을 낮추어 남의 일감을 뺐지 않는다는 것과 무리한 일감을 맡지 않고 하루 한 두 번 정도만 운행한다는 다짐입니다.

    

처음 용달차 운전을 하겠다고 아내에게 말하자 아내가 펄쩍 뛰었답니다. 벌서 노망들었냐고 , 돈은 더 벌어 무엇 하느냐고, 이런 고급 아파트 단지에 용달차 운전수가 왼 말이며, 아버지가 늙어서 용달차 운전한다하면 자식들 혼사 길을 막는 것 아니냐? 하는 말까지 들었다고 합니다. 무언가 사회에 기여하지 않으며 건강하게 세월만 보내는 자신이 한심해서 하려고 하는 일이니 이해해 달라고 사정하여 결국 아파트 내에 용달차를 갖고 오지 않고 1km밖의 주차장에 두고 남들에게는 비밀로 하는 조건으로 아내와 합의 했다고 합니다.

    

친구는 늙어도 자기의 일이 있다는 것이 즐겁다고 합니다. 내가 물어봤습니다. 이제 돈 그만 벌고 사회봉사활동하는 것이 어떠냐고 했습니다. 친구는 봉사활동 교육도 받았다고 합니다. 쓰레기나 줍고 허드렛일이나 하라는 봉사활동이 자신의 건강과 하고자하는 의욕에 비해 성이 차지 않았다고 합니다.  좀 더 나이 들어 그런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합니다. 돈 때문이 아니라 사회에 기여하는 일을 하면서 스스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남들의 눈 높이가 아니라 자신의 눈 높이에 맞는 목표를 찾아 도전하는 친구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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