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사람이 제일 좋아하는 숫자는 행운을 뜻하는 7이고 다음으로 한자릿수 중 가장 높은 9다. 싫어하는 숫자는 죽을 사(死)자와 발음이 같은 4다. 나는 저절로 굴러오는 느낌의 행운 수 7보다 너무 많아 어수선한 9보다 노력의 숫자요 간결한 숫자인 3을 좋아한다.
운동 경기에서 3위까지는 메달을 준다. 메달을 받은 선수는 시상대에 올라가지만 4위 이하는 먼발치에서 박수만 치고 와신상담 다음 대회를 기약해야 한다. 두발자전거는 달리는 동안에는 홀로 설 수 있지만, 멈출 때는 지지대의 도움이 필요하다.
여기에 한발을 보탠 3발 자전거는 달릴 때나 설 때나 스스로 고추 서 있다. 두발 자동차는 없지만, 세발 자동차는 있다. 서로 버티게 하는 최소의 버팀목 개수는 3이다. 글의 기본 구조는 3단계인데 논설문은 서론, 본론, 결론이고 실용문은 배경, 내용, 의견이다.
혼자 하는 말은 독백(獨白)으로 연극무대에서나 통용되는 말이다. 좌담(座談)은 둘 이상의 사람이 모여 앉아 자유롭게 하는 말이지만, 결론 없이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세 사람이 모여 하는 말이 정담(鼎談)이다. 정(鼎)이란 발이 3개 달린 솥을 의미하는데 발이 하나만 어긋나도 서 있지 못하는 솥이다. 그런 의미와 상충하여 정담은 결론의 확률이 높다. 정담은 남녀 간의 정담(情談)과 발음이 같아 사랑이나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네 사람이 길을 가면 두 사람씩 나누어 대화하거나 두 팀으로 분리될 소지가 있다. 그러나 세 사람이 가면 하나의 팀으로 영원하다. 복수(複數)로서 단수 같은 행동을 할 가장 큰 수가 3이다. 셋째 딸은 보지도 않고 데려간다. 쌀을 세 번 씻거나 빨래를 세 번 헹구면 깨끗하다.
흥을 돋우는 응원박수 중 인기 제일이 삼삼칠 박수다. 우려먹는 것 중 3탕이면 다 빼먹었다. 유비도 제갈공명을 3번 찾아가 얻었다. 핵심 정승은 3 정승이다. 복수 추천보다는 3배수 추천이 1개 안보다는 3개 안 정도를 만들면 예쁨 받는다. 집안 어른에게 용돈 드리면 처음 안 받으려 한다. 이때도 3번은 찔러 넣어야 한다.
삼자대면은 한사람이 보증인이 되어 진실이 규명된다. 단판 승부 보다 3전 2선승제가 인간미도 있고 승복하는데 뒷말이 적다. 하나를 주면 정 없다 하고 둘을 주면 만족하지만 셋을 주면 감동한다. 야구에서도 3번이나 봐 줬는데 그래도 못 치면 스트라이크 아웃이다. 권투에서 연속으로 스트레이트 3번만 뻗으면 접근 못 한다. 3번 지각해야 결석 한 번으로 인정한다. 3수까지는 봐주지만, 4수 이상 되면 다른 길을 가야 한다.
어린아이에게 두 개를 주면 각기 한 손에 하나씩 움켜쥐지만, 3개를 주면 아이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효자 아이는 엄마에게 얼른 하나를 주고 두 개를 움켜쥔다. 욕심 없는 아이는 감당을 못해 울음보를 터트린다.
성인이 다니는 대학 말고는 교육제도의 기본은 3이다. 초등학교는 6년제인데 이는 3의 배수다. 중·고등학교는 3년제이다. 삼각함수는 있지만 2각 함수 4각 함수는 없다. 영어의 ABC도 모른다고 하지 영어의 AB도 모른다 하면 너무 경박해 보이고 영어의 ABCD도 모른다 하면 듣는 사람이 지루하다.
예를 하나만 들면 고개를 갸우뚱하지만, 3가지를 들면 고개를 끄덕인다. 3번 고개를 끄덕이면 아주 만족을 의미한다. 지하철 안내방송도 3번 반복한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나는 군대 생활 3년 했다. 군대는 육, 해, 공 3개 군이 있다. 삼국 통일을 이루면 완전 통일이었다. 3이라는 숫자는 내가 좋아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