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 다 출가시키고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년의 부부가 서로 손잡고 부부 둘만의 오붓한 여행은 참으로 낭만 스럽고 보는사람들에게도 평화로움을 준다. 내가 그랬다. 젊어서 욜심히 일히고 노년을 유유자적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살아보니 이게 맘처럼 쉽지 않다. 아직은 건강하니 집에서 놀수도 없고 제2의 직장에서 적은 급여지만 계속 일을 하고있다. 국내여행이라하더라도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기가 보통 어렵지 않다.
첫째는 여행경비도 만만지 않다. 부유한 사람들은 해외여행도 자주하더구만 보통의 서민들이야 그 돈이면 가족외식을 몇번이나 할수 있는데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다보니 가성비가 좋은 더 싼곳을 여행지로 찾다가 포기하게 된다.
두번째는 손자손녀들이 여렀 있다보니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하루걸러 한번씩 생긴다. 아프다고 병원에 데려갈 일도 있고 아이엄마인 며느리나 딸이 회사일로 아이를 돌봐달라고 발을 동동구르며 SOS를 보낸다. 만만한게 할머니 할아버지다.
군대에서 항시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다가 출동명령이 떨어지면 5분내에 출동해야하는 5분 대기조 형국이다. 손자손녀가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손자손녀에게 무슨일이 터지면 즉시 출동해야 하는 발벗고 잠을자지 못하는 5분대기조 형상이다.
"지새끼 지가키워야지 나는 모르겠다 " 하는 용감한 분들도 있지만 자식들 사정을 빤히 아는 우리로서는 그렇게 말하기가 쉽지않다. 맘놓고 아이들을 맡길 수 없는 도시의 팍팍함을 잘 알기 때문이다. 또 손자손녀들이 "할아버지, 할머니'하고 부르면 안겨오면 이 또한 행복에 자지러진다.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고 한 것이 손자손녀들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여름휴가를 맘 놓고 다녀온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이번에 내가근무하는회사에서 중소기업 근로자의 휴가지원사업자의 국내여행을 지원해주는 베네피아가 있는데 이번에 우리회사가 선정이 되었다. 회사에서 근로자 여행지원제도가 있으니 희망자는 신청하라는 통지를 받고 두눈 딱 감고 신청을 했다. 국내여행도 찾아보면 볼거리 먹을 거리 등 신기하고 놀라운 곳이 많다. 더구나 총40만원의 여행경비인데 국내여행에 한하고 숙박을 하지 않으면 아내와 둘이서 여러곳을 관광여행할 수 있다.
봄부터 시작한 국내여행을 당일치기로 여러곳을 했다. 베네피아 홈페이지에서 여행전문가들이 만들어 놓은 여행지를 꼼꼼히 살펴 선정하고 신청하면 여행사에서 필요인력이 충원되면 출발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여름에는 천년고찰 월정사를 경유하여 우리나라 정동쪽이라는 정동진항을 보고 즐기고 기차를타고 묵호까지 가서 묵호등대를 둘러보는 여름피서를 하기로 했다. 베네피아 홈페이지에서 여러 여행사에서 잘 짜여진 여행할 곳을 월정사의 전나무 숲을 걸으니 한여름 무더위는 온데간데 없고 나무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이곳저곳을 배경삼아 사진도 몇캇트 찍은 후 정동진으로 갔다.
외딴 정동진이 유명해진 계기는 TV드라마 '모래시계'의 촬영장소로 알려지고부터란다. 드라마에서 당국의 수배를 피해 외딴어촌에 숨어있던 혜린(고현정)이 경찰에 쫓기며 초조하게 열차를 기다리던 기차역의 배경이 바로 정동진이다. 고현정 소나무가 잇는데 맣은 사람이 사진을 찍는다.
드디어 정동진에서 무궁화호 열차를 탓다. 딱 두 정거장 만에 묵호에 도착한다. 묵호등대는 산중턱에 있는데 탁트인 동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1968년 제작된 영화 /미워도 다시한번'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산비탈의 작은 집들이 전망좋은집이라는 타이틀을달고 카페로 변신하여 성업중이다.
올라 오는 버스안에서 아내의 손을 꼭 잡았다. 아내도 오늘 피서여행으로 참 좋았다고 한다. 이제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피서하던 젊은 시절은 과거로 흘러갔다.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인생을 유유자적하는 멋스럽고 여유로움이 우리 노년세데애는 더 좋다.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편집하여 유튜브로 공개해소 올리고 가족들에게 연락을 했다. 손자손녀들이보고 아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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