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사람을 많이 만나지 마라

조왕래 2018. 3. 10. 21:57

 

동호회 모임에서 어떻게 해서 사람이 빨리 늙는가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 담배, 스트레스, 질병 등 여럿 이야기가 나왔지만 결론적으로 큰 그림으로 엮어갈 때 사람을 많이 만나지 마라로 귀결되었다. 사람을 많이 만나기 때문에 술도 먹게 되고 스트레스도 받게 된다는 논리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나이 들수록 마음이 대범해지기보다는 소심해지기 때문에 젊었을 때는 별것 아닌 말로 한쪽귀로 듣고 한쪽귀로 흘러들을 말도 나이 들면 무시당한 것 같아서 서럽고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연극표 두 장이 생겼다. 같이 갈 한사람의 여분이 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K가 선 듯 같이 가지고 한다. 이왕이면 말이 통하는 K가 함께 간다니 흔쾌히 OK사인을 보냈다. 혹 잊어버릴지 몰라 전날 카톡을 보내고 연극시작시간 두시간전에 카톡을 다시 보냈다. K가 읽었다는 표시를 확인하고 태평하게 있었다. 그런데 연극시간 다 되도록 나타나지 않는다.

    

전화를 걸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자존심도 상하고 내 마음을 스스로 진정시키느라고 무슨 일이 있을 거야!’하고 좋게 생각하려고 했다. 사고나 좋지 않은 일이 생겼다면 카톡에서 읽음의 표시가 나올 리가 없다, 임박해서 약속을 어기고 못 간다는 궁한 답변이 어려워 내가 보낸 문자를 씹어버리고 시침 뚝 따고 있는 것이다. 당신도 공짜표가 생긴 것이니 손해 본 것도 없지 않느냐는 심보다. 그럴수록 나는 약이 더 오른다.

    

사람을 많이 알고 친해질수록 이 정도는 이해해 주겠지 하는 믿음이 생긴다. 친하다고 예의에 벗어나는 말과 행동을 하면서 친한데 뭐 어때 하는 식이다. 반대로 상대편은 나하고 그럴 사이가 아닌데 이럴 수가 있나!’ 하는 마음이 더 생긴다. 유어에서 만난 S여사는 내 글에서 내가 치매봉사활동을 하는 것을 알고 치매에 대한 이런저런 상식을 얻고자 했다. 치매예방 교육이 있는 날 장소와 시간을 알려주고 올 수 있으면 오라고 했다. 대답이 가겠다고 했지만 집도 멀고 꼭 필요한 교육도 아니다. 그것도 저녁에 하는 교육이라 꼭 올 것이라고는 믿지는 않았다.

    

하필이면 그날 눈이 와서 길도 미끄러워 오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약속을 지켜 왔다. 내심 놀랐다. 나와의 약속 때문인지 아니면 치매에 대한 궁금증이 너무 커서 왔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약속을 지켜준 것에 감사했다. 사실 시니어들과의 약속은 부도 약속이 많다. 교육시간에 늦게 참석해도 도대체 미안한 기색이 없다. 수업시간에 졸지를 않나 밖에 나가서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강사의 면전에서 버젓이 카톡을 즐긴다. 수강태도가 불량한 것은 그렇다 치고 열 명의 회원이 모이기로 했다면 다섯 명이 모이면 잘 모이는 모임이다.

    

신용 없는 사람들과는 관계를 끊으려한다. 인맥을 다이어트해서 사람을 적게 만나려고 한다. 사람이 뱉어내는 나쁜 말에는 독이 있어서 듣는 사람을 상하게 한다. 마당발도 발 나름이다. 어중이떠중이 많이 안다고 좋다는 보장이 없다. 이기심이 너무 많은 사람, 남을 배려할지 모르는 사람,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을 인맥에서 우선 지워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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