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애란씨가 부른 노래 '100세 시대'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저승에서 나를 데리러 온 저승사자에게 직접 내가 말을 하지 않고 중간에 누구를 넣어, ‘~~ 한다고 전해라!’합니다. 만약 ‘나는 못가’하고 상대에 도전적인 직설화법을 썼다면 곤장을 맞고 금방 끌려갔을 것입니다. 저승사자보고 가서 염라대왕에게 전하라는 건지 데리러 온 저승사자에게 누가 대신 말을 전해 달라는 건지는 불분명하지만 한 박자 쉬어가는 여유가 있습니다.
부부가 싸워서 냉전이 시작될 때 자존심 때문에 말은 하기 싫지만 꼭 말해야 할 사안이 생기면 중간에 아이를 넣어 아이가 대신 말하게 한 웃음 짓게 하는 기억들은 누구나 한 두 번씩 있었습니다.
‘너희 아빠 저녁 먹으라고 전해라!’
‘너희 아빠 내일이 일요일인데 출근하는 지 물어봐라!’
심부름 할 아이가 없으면 쪽지에 적어서 보이는 곳에 두고 읽기를 기다리기도 합니다. 속 터지고 답답한 것 같지만 패인 감정의 골을 메우는 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중간에 사람이나 쪽지 등 매개물을 이용하면 직접 부딪치는 충돌을 피할 수도 있고 더 애틋한 마음을 전해 줄 수도 있습니다. 연인끼리 사랑한다는 말을 직접 하는 것보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쪽지에 적어 헤어지면서 몰래 손에 쥐어주는 낭만이 때로는 멋있고 상대에게 호감을 줍니다.
시집간 딸에게 100일이 된 외손자가 있습니다. 내가 바쁘기도 하지만 딸의 집이라 하여 일없이 친정아버지가 드나들기도 뭣합니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 딸이 외손자를 대화 사이에 넣습니다. 물론 나도 딸이 어떻게 살림을 사는 가 궁금하고 보고 싶을 때 외손자를 들먹입니다.
‘아빠 이번 일요일 00이 보러 오세요. 이제 제법 방긋 방긋 웃어요.’
‘00이 잘 크고 있나? 아기 때는 울기도 해야 한다. 너무 안고 지내지 마라! 너 힘 든다.’
딸도 걱정하는 아버지에게 알콩달콩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아버지를 부르고 싶지만 쑥스러워 중간에 아이를 넣는 다는 것을 압니다. 나도 내가 키운 딸이 어떻게 사는지 가보고 싶지만 계면쩍어 직접 내가 가겠다는 말을 못하고 외손자를 방패삼아 빙빙 들러댑니다. 딸이 보고 싶을 때 아내에게 00이 잘 크는지 전화해서 물어보라고 합니다, 아내는 내 진심을 알기에 전화를 걸어 ‘ 너희 아빠가 너희 집에 가보고 싶어 하는 것 같다.’라고 대신 말합니다.
물건을 팔 때도 ‘이 물건이 좋습니다.’ 보다는 ‘이 물건이 요즘 많이 나갑니다.’라는 간접화법이 구매자를 더 자극합니다. 정치권에도 거물급과 거물급이 직접 만나기 전에 다리를 놓을 사람들이 뻔질나게 의사 타진을 합니다. 물밑 교섭으로 최종 성사 시 거물급이 처음부터 의견이 착착 맞았던 것처럼 화기애애하게 발표문을 언론에 공개합니다. 직접 대면 대화로 완전히 틀어질 일도 간접대화로 상처를 덜 받고 헤어질 수 있습니다.
자식이 있는 부부가 자식이 없는 부부보다 이혼할 확률은 줄어듭니다. 중간에 아이가 알게 모르게 부부의 의견을 일치시키고 대하의 창구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똑똑 분질러지는 직선적인 말보다 간접적으로 은은 하게 전하는 말이 더 따뜻하고 호감이 갑니다. 빨리빨리 양은 남비에 한 밥보다 은은한 가마솥밥이 더 구수합니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통사고 발생빈도가 높은 운전자 (0) | 2016.03.02 |
---|---|
나는 남들과 무엇이 다른가 (0) | 2016.03.02 |
엑티브시니어 그들은 누구인가 (0) | 2016.02.22 |
나는 라면으로 해장한다. (0) | 2016.02.22 |
웃어야 행복합니다. (0) | 2016.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