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는 적십자회비도 내고 구세군의 자선냄비에도 기부를 합니다. 물질적인 것 말고도 선행은 자신을 기쁘게 하고 이웃을 행복하게 합니다. 우리주위를 찾아보면 자신의 재능이나 부지런함으로 남에게 선행을 베푸는 사람이 많습니다. 선행은 자신을 충실하게 만들고 주변을 기쁨으로 채우는 수행과 같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는 선행이야 말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행위입니다. 먹을 것이 넘치는 부잣집개가 자기 먹을 것을 가난한 이웃집 개에게 갖다 주는 모습은 보기 어렵습니다. 사람이 아닌 짐승이기 때문입니다.
중국 진나라의 왕희지라는 서예가가 있었습니다. 그는 워낙 유명하여 그의 서체를 진체라고 합니다. 어느 날 왕희지가 공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대나무 부채를 파는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대나무 부채는 최상의 대나무로 잘 만들어 졌지만 그림이나 글씨 같은 장식품이 없어 지나가는 손님들의 눈길을 끌지 못해 팔리지 않았습니다.
왕희지는 부채가 팔리지 않아 마음 졸이는 할머니를 보고 측은한 마음이 들어 할머니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할머니 제 생각에는 부채에 그림도 없고 글귀도 없어서 잘 안 팔리는 것 같습니다, 제가 글을 써 넣어도 될까요?’ 할머니는 눈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지만 따뜻한 마음씨와 도와주려는 행동을 보고 그렇게 해 달라며 부채를 맡겼습니다. 왕희지는 필묵을 꺼내 모든 부채에 생동감 넘치는 글귀를 써 넣었습니다 하지만 글을 모르는 할머니 눈에는 아무렇게나 쓴 글씨 같아서 기분이 언짢았습니다.
‘할머니 걱정 마세요. 구경꾼들에게 이글은 왕우군(왕희지의 별칭)이 썼다고 하면 틀림없이 사 갈 것입니다. 부채 하나에 꼭 200냥을 받으세요. 절대로 한 푼도 깎아 주지 마세요.’ 라고 했습니다. 할머니는 반신반의 했습니다. 왕우군이 글을 쓴 부채를 판다고 소리치자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사람들 중에 왕우군의 글씨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정말 왕우군의 글씨가 맞네!’ 라고 말하자 바구니에 있던 부채는 금새 다 팔렸습니다.
왕희지가 보통의 사람이라면 부채 따위에 내가 글씨를 쓰다니 했을 것입니다. 암에 걸려 죽어가는 사람이 어느 집의 우동이 먹고 싶다고 가족을 시켜 사오도록 했습니다. 사정을 들은 우동 집 주인은 먼 거리에 배달하면 맛이 떨어진다고 가게 문을 닫은 후 직접 재료를 준비해서 환자 곁에서 우동을 만들어 줬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선행입니다.
내가 운동을 하는 테니스장도 사람 손길이 많이 갑니다. 눈이 오면 제설작업을 해야 하고 비가 오면 물길을 돌보고 바닥을 재정비해야 합니다. 매일 바닥을 편편히 하는 솔질을 해야 하고 수시로 라인을 새로 그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작업을 회원이라 하여 다 하지 않습니다. 어떤 회원은 남들이 다 정리해두면 라켓을 들고 운동만 하려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묵묵히 운동장관리를 하는 회원이 있습니다. 남이 알아주던 말든 깨끗이 정리된 테니스장을 보면 기분이 좋다고 합니다. 내가 지은 밥을 맛있게 먹어 주는 자식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입니다.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하는 일의 기쁨보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 하는 일이 큰 기쁨을 줍니다. 매슬로우의 인간욕구 5단계의 맨 상층부인 ‘자아실현’은 결국 남을 위한 일이여야 합니다. 추위에 떨고 있는 사람에게 곧 봄이 올 것이니 용기를 잊지 말라고 격려하는 사람보다 내 손에 낀 장갑을 벗어서 건네주는 사람이 더 고마운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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