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손녀가 다니는 유아원에서 유아재롱잔치를 한다고 합니다. 아들 며느리가 우리 내외를 초청했습니다. 나는 저녁 약속이 있어서 못가겠다고 했더니 아내가 발끈하면서 다섯 살 손녀는 이제 유아원을 떠나 유치원으로 가는데 지금 못 보면 손녀의 유아원 행사는 영원히 못 보는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덧붙여 자라나는 손자, 손녀의 재롱잔치가 날마다 있는 것도 아니고 모처럼 아들 내외가 오라고 초청하는 데 안 가면 얼마나 서운해 하겠느냐는 겁니다. 부득이 저녁약속을 취소하고 재롱잔치를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오늘 재롱잔치에는 3살 손자와 5살 손녀가 출연을 합니다. 유아원에는 3살 새싹반이 있고 4살 꽃잎반, 다섯 살 열매반이 있습니다.
나는 유치원도 못 다니고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그 당시 유치원은 있었지만 의무교육이 아니어서 우리또래 대다수가 유치원에는 다니지 못했습니다. 운동회의 추억은 있지만 재롱잔치는 모릅니다. 내 자식들은 유치원은 다녔습니다. 유치원에서도 00발표회 같은 것을 했는데 나는 안 가고 아내만 가서 아이들과 함께 사진도 찍고 율동놀이도 같이 했습니다. 그 당시 사진을 보니 아이들 아버지는 없는 것으로 보아 직장 다니는 아버지는 아예 오지 않은 것이 대세였던 것으로 짐작됩니다.
요즘은 아이들도 적게 낳지만 엄마, 아빠 공동 육아를 권장하기 때문에 아이들 아버지도 재롱잔치에 필수적으로 온다고 합니다. 유아원에서도 직장 다니는 아이들 부모를 위하여 오후 6시부터 7시까지 재롱잔치를 엽니다. 관객(?)이자 조연인 부모들이 앞자리에 앉으려면 5시 반까지는 가야 했습니다. 아이들은 무대 막이 올라가기 전까지 맹연습(?)을 하기 때문에 집에도 못 가고 담임선생님과 함께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무대가 열리기전 원장선생님이 주의사항을 당부합니다. 아이들과 직접 눈이 마주치면 아이들이 긴장을 해서 얼어버리니 적절하게 보라고 합니다. 손뼉을 쳐서 흥을 돋우어 주면 아이들이 신나게 잘한다고 합니다. 첫 번째 무대에서 3살짜리 새싹반 아이들이 담임선생님을 따라서 무대로 아장 아장 걸어 나옵니다. 꼭 어미닭을 따라다니는 병아리 때 같습니다. 음악에 맞추어 아이들이 율동을 합니다. 아이들 앞에서 담임선생님이 앉아서 손동작 발동작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보여주지만 따라하는 아이들이 하는 동작은 틀리기도하고 어설픕니다. 하지만 귀엽습니다. 나도 손자가 출연해서 잠시도 손자의 하는 행동에서 눈을 떼지 못하겠습니다.
다음 무대는 4살 꽃잎반이고 이어서 손녀가 나오는 5살 열매반입니다. 무대 옷도 화려하고 손에는 반짝이 소품도 들고 있습니다. 비록 1살 2살 차이지만 훌쩍 큰 아이들입니다. 율동 동작도 크고 점프도 높이 뜁니다. 부모들의 손뼉소리와 사진 찍는 ‘찰칵’ 소리가 쏟아집니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원장선생님이 말합니다. ‘무엇보다 우는 아이가 한명도 없어서 퍽 다행 이였습니다.’ 그 말에 참 공감을 합니다. 율동에서 동작 틀리고 덜 움직인 잘못은 잘못도 아닙니다. 손녀, 손자의 재롱잔치에 참석하면서 아이들 커가는 기쁨을 맛보고 생명은 영원히 이어진다는 진실에 행복했습니다. 손자, 손녀들의 재롱떠는 모습을 보면서 내 아들, 딸 키울 때와 또 다른 만족감에 미소 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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