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

손녀와 놀아주기

조왕래 2013. 10. 8. 09:27

[스마트라이프디자인] 손녀와 놀아주기

둘째인 손자가 태어났다. 부득이 만 두 돌이 갓 지난 첫째 손녀를 당분간 아내가 봐주기로 했다. 아기 보기가 힘들다. 그래서 아내 혼자 보기가 힘들어 나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는다. 퇴근하면 곧장 집으로 와주길 신신당부한다.

 

 

 

아내는 내가 샛길로 샐까 봐 전화를 걸어 손녀를 바꾸어주고 뒤에서 손녀에게 말을 시킨다. 손녀는 시키는 대로 “합부지 빨리 오세요.” “그네 태워주세요.” “자동차 태워주세요.”한다. 발음은 정확하지 않지만, 이제는 충분히 알아들을 수준이다.

 

건넛방 문설주에 매달아 놓은 아기용 그네를 태운다. 밀어주는 각도를 45도에서 60도 범주에 둔다. 일정 반동으로만 흔들거려주니 위험하지는 않지만, 속도감이 있어 좋아한다. 이것 5분여가 지나서 싫증 나면 유모차 같은 자동차에 태워 곡예운전을 해준다. 좀 컸다고 위험스럽게 급반전되는 과격한 행동에 까르르 웃음을 터트린다. 거실 안에서 움직이니 주행거리가 짧아서 자주 왔다 갔다 해야 한다.  

 

자동차 놀이도 싫증 나면 손녀가 알아서 내린다. 다음 놀이로 안아서 뒤로 돌려 x 장군 형태를 취하면 손녀와 나는 ╋자 모양이 된다. 옛날부터 아이들에게 자주 해주던 놀이다. “x 장군 사려~”를 외친다. 클라이맥스(climax)는 허리를 세게 흔들어 머리가 45도 위로 발이 45도 위로 뒤바뀜이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천정으로 30~50cm 정도 던져 올렸다가 받는 것도 아주 좋아한다. 예전에도 자주 하던 놀이다. 그러나 아기들은 두뇌가 완전히 안착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머리가 심하게 흔들리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아이들은 왜 행동반경이 큰 놀이를 좋아할까?

 

 아직 손녀는 글자도 모르고 말도 잘 못한다. 그래도 그림책 보기를 좋아해서 그 앙증맞은 손으로 책꽂이에서 책을 들고 와서 읽어 달라고 한다. 내가 큰소리로 읽고 삽화의 내용도 설명한다. 의미는 모르면서 아프리카 음악의 음률을 느끼는 우리네 모습과 같다. 용하게도 책의 처음과 끝 부분은 알아서 끝날 때쯤이면 일어나서 다른 책을 꺼내온다. 이렇게 읽은 책이 한 열권 무렵 되면 손녀보다 내가 목도 아프고 하기 싫어진다.

 

“이제 다른 것 하자” 하면 이제는 그림책과 색연필을 들고 온다. 색칠하는 순서와 방법이 교재에 적혀있는데도 손녀는 다짜고짜 낙서하듯 휘갈긴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하면서 신나서 한다. 하는 것 보니 제 나름대로 의미 있는 행동 같다. “잘한다, 잘한다.” 추임새만 넣어주고 자기 맘대로 하도록 내버려 둔다. 직선 낙서는 없다. 원을 그리듯 빙글빙글 돌린다. 빈칸을 빈틈없이 골고루 낙서하는 게 아니라 어느 한쪽만 집중적으로 한다.

 

이쯤 되면 슬슬 손녀 보기가 싫증 난다. 아내를 부른다, “내가 딴 것 해야 할 일이 있어 더는 손녀 못 보겠다.” 하고 아내와 배턴 터치한다. 임무 교대다. 빨리 자야 할 텐데 잠들지 않고 눈만 말똥말똥하다. 그래도 볼수록 귀엽다. 제 아비 어미가 있지만 그래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잘 돌봐줘야지 하는 마음을 다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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