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회사로부터 문자 한통을 받았다. 딱 6일간의 기한을 주고 해당 카드로 5만 원 이상의 물건을 사면 5천원을 할인해 준다고 한다. 나를 vip 고객이라고 추켜세우고 문자를 받는 고객에게만 베푸는 특혜라고 한다. 5만원의 5천원은 10%다. 은행금리가 2%대 인데 10%라니 당장 뭘 사야겠다는 생각이 확 든다. 뭘 사지? 옷이나 운동회를 살까? 누굴 불러내 술이나 먹지고 할까? 요즘 아내도 아들네 집에 가고 없어서 혼자 결정을 해야 했다. 그렇다고 이런 걸 누구에게 물어보기도 소심해 보이고 쪼잔하게 보일까봐 소문도 못 내겠다.
이런 문자에 대해 잊어버리고 있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확인해 보니 4일이 훌쩍 지났다. 더는 시간이 없다 저질러보자는 심정으로 대형마트에 가서 먼저 눈 쇼핑을 하며 뭘 살까를 둘러본다. 나이든 남자들은 자기 옷도 사본 적이 별로 없다. 갑자기 액수를 정해놓고 멀 사려니 살 것이 없다. 부피는 작고 값이 나가는 것은 그래도 고기다. 정육코너에 갔다. 돼지고기 소고기를 소포장해서가격표가 붙어있다. 덧셈을 해보고 6만원어치를 샀다. 얼리지 않은 냉장육이라고 값이 제법 비싸다.
혼자 있는 집에 와서 당장 고기를 먹을 일이 없다. 냉동고에 집어넣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모르게 악 소리가 절로 나왔다. 냉장육을 사서 냉동고에 넣으면 처음부터 냉동고기를 사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거 지금 5천원 덕 보려다 헛일 하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웃자고 하는 어느 며느리의 이야기 가 생각났다. 먹기 싫은 음식을 시어마니로부터 받은 며느리가 ‘어머님 저희들은 이런 음식 먹지 않는데요, 지금 버릴까요, 냉장고에 넣었다 버릴까요?’ 했다고 한다. 내가 꼭 그 짝이다. 당장 먹지도 않을 고기를 5천원 할인 받으려고 사서 냉장고 전기요금만 더 들어가게 생겼다. 나중에 돌아온 아내가 왜 이런 부위의 고기를 샀느냐고 핀잔을 들을지도 모른다.
카드회사에서 5천원이라는 미끼를 내게 던진 것이고 나는 그 미끼를 덥석 물은 꼴이다. 나는 신용카드를 안 만들려고 하는데도 세 개나 있다. 여럿 카드를 갖고 다니면 분실의 우려도 있고 지감도 두둑하여 주머니에 넣기도 불편하다 그래서 딱 하나만 갖고 다닌다. 결과적으로 어느 카드 하나만 집중해서 쓴다. 그러다 무슨 일로 다른 카드를 써야 한다면 또 그 카드만 집중해서 쓰게 된다.
카드회사에서 통계를 내보니 나 같이 몰아 쓰는 고객이 제법 있는 모양이다 고객의 주머니에서 자사카드를 계속 쓰도록 만드는 방법이 결제대금 일부 감면 방법의 미끼를 던지는 것이다. 나 혼자만 아니고 많은 사람에게 미끼를 던지려면 미끼 값도 상당할 것이다. 하지만 낚시질로 잡은 물고기 값에 비하면 낚시 미끼 값은 아주 미미한 것처럼 카드사도 이정도 미끼는 던져도 오히려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미끼상품은 마케팅 발달에 따라 점점 더 많아진다. 하나사면 하나 더 주겠다는 것도 알고 보면 미끼요. 이것 사면 저것도 주겠다는 것도 미끼다 할부로 팔겠다는 것도 미끼다. 미끼를 똑바로 알고 현명한 소비자가 되면 미끼야 말로 신나는 일이고 공짜다. 낚시 밥만 똑 따먹고 도망가는 얄미운 물고기는 아니더라도 쓸 만한 유익한 미끼를 잘 받아먹으면 누이 좋고 매부 졸다. 그런데 미끼에 잡착하면 꼬리가 몸통을 흔든 꼴을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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