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류노인의 조건 3가지는 수입이 거의 없고 저축한 돈이 별로 없으며 의지할 사람이 없는 노인을 말한다. 다른 말로 하면 생활보호대상자 수준이거나 약간 상위 계층을 일컷는다. 이런 노인들이 불과 3년 후인 2020년이면 대폭 증가 된다는 다소 섬찍한 주제를 다룬 이 책은 일본인 후지타 다카노리가 쓴 책이다. 저자는 사회복지사로 왕성한 현장 활동을 하고 있으며 비영리법인 홋토플러스 대표이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젊어서 멀쩡하게 잘 살던 사람이 왜, 무슨 이유로, 어떻게 하류 노인으로 전락하는가?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유를 알아낸다면 이를 반면교사 삼아 각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예방이 될 것이다. 평소 내가 궁금해 하고 알고 싶어 하는 근본 이유다. 현장에서 하류노인을 무수히 만나본 저자는 몇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가 질병과 사고로 인한 과도한 의료비의 지출을 꼽고 있다. 아내의 병간호로 다니던 직장을 퇴직하고 종일 아내의 수발을 몇 년간 든다면 어지간한 재력가 아니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둘째로 자녀가 일은 하지만 수입이 별로인 워킹푸어 이거나 하늘의 별따기 같은 취업전선에서 계속 낙오하여 종국에는 아예 직장 구하는 것을 포기하고 방안에서만 맴도는 은둔형 외톨이인 경우다. 시간이 흐를수록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재산은 머지않아 바닥이 난다. 결국 부모와 자식이 동반 나락으로 떨어지고 가족은 해체 수순을 밟는다. 세 번째가 황혼이혼의 증가로 그나마 있던 재산이나 수입을 반으로 쪼개다보니 빈곤한 살림에서 헤어나지 못 한다. 네 번째가 병든 몸을 받아줄 저렴한 고령자 요양시설이 부족하고 비싼 요금의 요양시설에는 들어갈 엄두를 못 내 지하골방에서 약으로 연명해 간다. 다섯 번째가 치매로 올바른 판단력이 흐려져 사기를 당한다. 보호해줄 가족이 없다. 가정은 점점 핵가족화 되고 저마다 살기가 바빠 부모형제를 돌봐줄 여력이 없어 치매노인의 돈을 보고 사기꾼들이 하이에나처럼 덤빈다.
늙어서 가난하게 사는 것은 젊어서 노력하지 않은 게으른 탓이라는 국민들의 의식도 문제다. 가난은 자기의 책임이라는 무관심과 한발 더 나아가 오히려 벌을 받아야 한다고 손가락질을 하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이 하류 노인을 더욱 움츠리게 만들고 조용히 죽어가게 만든다. 집도 없이 떠도는 아프리카 난민들보다는 그래도 지하골방이라도 있으니 낮지 않느냐고 외국 난민의 절대적 빈곤을 들먹이며 우리나라의 상대적 빈곤에 대해서는 눈을 감는 일반인의 의식도 해결을 느리게 하고 답답하게 한다. 노인의 빈곤은 고령자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지고 장차 노후를 걱정하는 젊은이들이 소비와 출산율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개천에서도 용 난다는 말은 점점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가정의 경제적 사정으로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해 평생 저소득의 일 밖에 할 수 없고 대대로 가난이 고착화된다. 저자는 빈곤 대책 기본법을 만들어 정부가 나서야 해결이 된다고 강조한다. 소득 재분배기능을 높이면 자산가나 고소득자가 해외로 도피하거나 노동의욕이 오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고 이런 지적도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이 책을 읽고 동네 공원에 나가봤다. 할일 없고 갈 곳이 없어 공원 벤치에서 서성거리는 모습의 노인들을 보며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한국의 65세 이상 빈곤율이 48.6%로 OECD 국가 중 으뜸이다.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서 하류노인을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국가와 사회라는 말이다. 무소유는 있어도 가난하게 살고 싶은 사람은 없다. 가난은 영혼까지 비굴하게 만든다. 하류노인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게 진행과정을 미리 알고 최선을 다해 예방하고 준비하는 길 밖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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