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젊은 시절에는 책이 귀했다. 학교 교과서 정도만 갖고 공부했다. 소설이나 만화책도 드물었고 부자 아이들이 갖고 있는 참고서를 보면서 참 부러워 했다. 하지만 요즘은 책이 넘쳐난다. 아파트 출입구에도 심심찮게 버리는 책들을 쌓아놓고 필요한 사람은 갖고 가도 좋다는 방을 내건다. 대개는 새로운 독자를 찾지 못하고 그대로 있다가 며칠 뒤면 폐지로 버려진다. 도서관에도 지난 월간 잡지를 공짜로 가져가라고 쌓아 놓지만 별로 인기가 없는 듯하다. 우리나라 독서율이 세계에서 하위권이라 한다. 책은 넘쳐나지만 책 읽는 독자는 소수의 사람이다.
오늘 직장의 젊은 직원에게 내가 본 교양서적을 선물하려고 주니 돌아오는 답에 아연 실색했다. ‘저는 책을 참 좋아하고 많이 읽었어요. 그러다보니 머리가 복잡해져요. 당분간 책을 읽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러니 이 책은 다른 사람에게 주었으면 합니다.’ 나 같으면 주는 사람의 성의를 생각하여 ‘고맙습니다.’ 하고 받았을 것이다. 나중에 책 내용이 신통찮으면 던져버릴지언정 못 받겠다고 거절은 않했을 것이다. 역시 젊은이들은 자기의사를 확실히 밝혀서 좋기도 하지만 면전에 거절당하는 내 기분은 떨떠름했다.
교양서적은 크게 시사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이 본다고 내용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니 새책,헌책 크게 따질일도 아니다. 도서관도 원래 책을 돌려보기 위한 장소니까 그 의미를 살려서 각자가 소지한 책들을 이웃이나 같은 직장동료들끼리 돌려가면서 보면 책을 갖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작은 도서관이 된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책을 돌려가면서 같이 볼 사람이 없다는 것이 우리를 서글프게 한다. 아예 책을 공짜로 준다고 해도 손사래를 친다. 경쟁사회로 모두가 내몰리면서 바쁘다고 시나 소설이나 고전을 읽지 않는 사람이 점점 더 늘어난다.
책만 그런 것이 아니다. 안경점을 하는 처조카 말에 의하면 신문 보는 손님도 요즘은 드물다고 한다. 처조카는 가게에 찾아오는 손님을 위해 신문을 두 가지를 구독하고 있었는데 일주일이 가도록 신문을 펼쳐드는 고객보기가 어렵다고 한다. 안경을 맞추고 기다리는 자투리 시간이 나면 스마트폰만 들여다보지 신문에는 아예 눈길도 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보지도 않는 신문 구독료가 아까워 아예 구독을 끊어버렸다고 한다.
전철역 입구에 한때 인기를 날리던 무가지 신문도 독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처음에는 갖다놓기가 바쁘게 공짜라고 너도나도 들고들 갔는데 이제는 나이든 사람만 공짜니까 심심풀이로 본다고 들고 갈뿐 젊은이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길가에 세워둔 생활정보지도 별로 인기가 없다. 도대체 종이위에 활자는 젊은이들이 읽으려하지 않는다. 인터넷의 발달과 발전된 스마트폰 기능의 다양화로 필요한 정보는 내 손안에 다 있기 때문에 굳이 종이책을 읽을 필요성을 못 느낀다.
전화가 손 편지를 없애버렸고 그림 전송이 자유로운 스마트폰이 연하장 카드를 집어삼켰다. IT의 발달이 종이로 된 신문이나 책을 없애고 있다. 종이 없는 사무실을 전산화된 첨단화 사무실로 자랑하는 시대다. 문제의 풀이과정은 아예 관심도 없고 인터넷을 통해 정답만 알려고 한다. 하지만 책을 통해 기본실력을 쌓아야 진정 내 것이고 길게 간다. 필자에게 고루하다고 손가락질해도 느리게 종이책을 읽으며 인생을 유유자적할 때 행복감을 느낀다. 책에서 내뿜는 은은한 인쇄잉크가 좋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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