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

굴비 선물을 받다

조왕래 2016. 9. 5. 22:48

 

직장 다닐 때부터 설이나 추석에 가벼운 선물을 주고받는 지인이 있습니다. 주고받는 선물은 사과나 감 같은 과일이나 농산물로 즙을 낸 양파 즙이나 호박 즙 등 형편대로 주고받았습니다. 이제 서로 퇴직하고 이런 선물 보내는 것이 번거로워서 서로 그만두자고 지나가는 말투로 슬쩍 던져보았더니 정색을 하고 말합니다. ‘그래도 명절날 아무런 선물보따리 하나 보내오는 곳이 없으면 쓸쓸하지 않겠습니까? 들고 가는 것도 아니고 택배로 보내는 건데 집안 식구들 한태 나한테 이런걸 보내오는 사람도 있다는 면도 서고 좋지 않아요? '하고 대답하길래 다음말이 궁해져 얼버무리고 3년이 흘렀습니다.

    

나도 처갓집에서 농사를 짓는 토마토나 고춧가루 마늘 등을 사서 보내줍니다. 요번 추석에는 지인이 굴비를 한 상자 보내왔습니다. 굴비가 크기에 따라 10마리에 몇 만원에서부터 큰놈은 백 만 원에 육박한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굴비란 서민이 평소 자주 먹지 않는 음식입니다. 굴비전문 음식점이 아주 드물게 있어 나도 딱 한번 가봤습니다. 찾는 사람이 드물어서인지 주위에서 굴비전문집을 찾기도 어려운 것만 봐도 보편화된 음식이 아닙니다. 

    

보내온 굴비 상자에 보통 크기의 10마리가 들어있습니다. 두 마리는 부모님 차례 상에 올리기 위해 큰형님 댁에 가져 갈 것입니다. 아들네 두 마리 딸네 두 마리주고 처남댁에도 두 마리 갖다 줄 계획입니다 그리고 나면 두 마리가 남는데 냉동실에 고이 간직 했다가 햅쌀이 나오면 굴비 정식을 천천히 해 먹겠습니다.

    

최근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때문에 농수산물 판매가 급감할 것이라고 합니다. 법률의 주요 내용은 부정한 청탁이나 금품을 받는 공직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공직자뿐 아니라 사립 교직원과 언론인도 포함되는 광범위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부정청탁이 개입할 수 없는 정으로 주고받는 친척,친지간에 선물이야 이 법과는 무관할 것입니다. 마치 농수산물이 부정선물의 주범처럼 몰리는 것은 농촌출신인 필자로도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그 험한 보릿고개가 있던 가난한 시절에도 동네 어른들에게 명절이면 고등어 한손이나 소고기 한 근 정도는 보냈습니다. 가난한 집에도 따뜻한 선물이 있었습니다. 야간열차에 몇 시간을  보내면서 어렵게 고향을 찾아가는 귀향객 손에는 선물꾸러미가 들려 있습니다.

    

뇌물이 오고가는 세상은 절대적으로 배격해야 하지만 정이 담긴 따뜻한 선물은 인간미도 풍기고 소비 진작도 불러와 경제를 발전시키고 사람의 향기가 물씬나는 세상을 만듭니다.  나와 선물을 주고받는 몇 안 되는 지인들이 건강해서 서로를 오래 기억하고 살림이 궁색하지 않아 몇 만원의 선물은 사서 보낼 여력이되어 오래오래 정을 나누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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