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곽의 소도시에서 일한지가 이제 한 달이 되었습니다. 집에서 긴 시간 전철을 타고 와서 전철 옆 주차장에 주차시켜놓은 자가용을 이용하여 현장으로 갑니다. 나와 정반대로 개인차를 이용하여 전철역 주변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전철을 이용하여 서울로 가는 사람도 많습니다. 아침저녁이면 주차하려는 사람과 주차한 차를 몰고 나가려는 사람이 늘 붐빕니다. 전철이용객의 편의를 위해 주차장을 만들어 준 것도 고맙고 주차비를 받지 않고 무료인 점도 감사한 일입니다. 무료 주차장이니 주위 청소는 행정당국에서 해주지만 주차된 차에 대해 특별히 관리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 주차장에 내가 오기 전부터 방치된 차가 있습니다. 이 차는 차선을 침범하여 차를 주차시켜 두 대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빈자리를 찾아 주차하려고만 할뿐 남의 일이라고 무관심하게 이의를 재기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가까이 가서 차를 살펴보니 너무 오래 주차하여 녹이 슬기 시작합니다. 며칠을 더 두고 보다가 안 되겠다 싶어 역장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방치된 차량이 혹 범죄에 이용된 후 범인이 버리고 도망갔을지도 모르고 이런 내용을 모르는 주인이 지금 이 차를 애타게 찾을 지도 모른다. 차량번호가 있으니 조회하면 금방 차주를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 고 했습니다. 또 이 차로 인해 거의 두 대분의 주차장을 이용하지 못하는 불편함이 있으니 어떤 조치를 취해 달라고 했습니다. 내 말에 공감한 역장이 곧 처리하겠다고 했습니다.
다음날 보니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경고쪽지를 방치차량에 부쳤습니다. 20일간의 여유를 주고 차주가 치우지 않으면 적법한 절차를 밟겠다는 내용입니다. 통고된 기한까지 이차는 치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이 차는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주인이 가져갔거나 아니면 적법한 절차에 의해 조치가 되었으리라 봅니다. 앞 범퍼가 떨어져 흉한 몰골을 하고 있던 차량이 치워져서 보기도 좋고 덩달아 두 대분의 주차장소가 생겨 더 편리해졌습니다.
내가 방치된 차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가 있습니다. 예전 회사 동료가 밤에 차량을 도난당했습니다. 도난도 황당한 일인데 범인이 이차를 이용하여 범죄에 이용했습니다. 당연히 경찰은 차주를 불러서 조사를 합니다. 차주가 그 범행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데 진땀을 뺏습니다. 도난당하고 빨리 경찰에 신고했으면 될 텐데 보험으로 분실된 차를 보상받으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에 하루 이틀 보내다 아주 혼이 났습니다. 차량에 CCTV도 없던 시절에 자동차 키를 갖고 있는 차주가 그 차를 운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해야하니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드물게 음주의 냄새가 나지만 본인이 차를 주차하고도 주차한 장소를 몰라 전전긍긍하는 사람도 봤습니다.
움직이지 않고 버려진 듯 길옆에 장기간 주차하는 차나 무료 공영주차장에 오래 방치되고 있는 차는 어떤 문제가 있습니다. 시민의식을 발휘해서 신고를 해야 합니다. 나와 관련이 없다고 무관심하면 언젠가는 나도 당할 수 있습니다. 선진국 시민일수록 신고정신이 강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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