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우리말 맞춤법,띄어쓰기에 유감있다.

조왕래 2013. 6. 1. 19:11

우리말 맞춤법,띄어쓰기에 유감있다.


내가 글을 쓸 때 겁을 먹는 것 중의 하나가 띄어쓰기와 맞춤법이다. 학창시절의 국어 문법인 ‘말본’이 바뀌어서 지금의 맞춤법으로 보면 순진한 생각이다. 얼마 전 상록수의 저자 심훈의 친필 원고지를 봤는데 지금의 문법으로 보면 엉터리다. 심훈은 신문기자생활도 하고 그가 쓴 소설이 신문사의 소설 공모에 당당히 당선된 글이다.

왜? 띄어 쓰기와 맞춤법이 자주 바뀌는가? 방송에서도 우리말 달인을 뽑는데 맞춤법이 문제로 나온다. ‘바른말 고은 말’ 프로는 들어도 고개를 갸우뚱 하게한다. 단언컨대 우리나라 사람 중 맞춤법과 띄어쓰기 틀리지 않을 자신 있는 사람 나와 보라 하면 몇 사람이 나올까? 정말 맞기나 할까? 영어나 독일어도 우리처럼 자주 바뀌는가? 띄어 쓰기나 맞춤법이 틀리면 글 쓸 자격도 없는 사람이라고 몰아붙이는 사람을 볼 때는 다시 한 번 쳐다보게 된다.속으로 너도 몇년 있으면 또 바뀌어 틀리게 될꺼야.큰소리 치지마 하고 속으로 웃어준다.

그런데 오늘 신문에서 나와 같은 생각인 이상규 경북대 국문과 교수의 후련한 글을 보았다. 이상규 박사는 2006~2009년 노무현·이명박 두 정부에 걸쳐 국립국어원장을 지낸 분이다. 이런 분도 "솔직히 말해서 나도 글을 쓸 때 띄어쓰기가 자신 없다"고 털어놨다. 좀 더 들어보자 한자로만 된 '동해' '남해'는 붙여 쓰지만, '외래어+한자어' 구성인 '카리브 해' '에게 해'는 띄어 쓰게 돼 있다. '가슴속에 품은 희망'은 '가슴속'이지만 '총알이 가슴 속에 박혔다'는 '가슴 속'이다. '가슴속'이란 말은 '마음속'과 같은 뜻일 때만 한 단어로 붙여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로서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는 '돼지고기' '쇠고기'는 붙여 쓰지만, 올라 있지 않은 '멧돼지 고기' '토끼 고기'는 띄어 써야 한다. '큰돈'은 붙여 쓰고 '작은 돈'은 띄어 써야 한다. 이 교수는 "국민의 불편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합성어가 단어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조어(造語) 생산력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이 교수는 무리한 현행 사이시옷(ㅅ) 규정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우리말+한자어'로 구성된 단어는 중간에 사이시옷을 넣게 돼 있다. '등교길' '차값'은 틀리고 '등굣길' '찻값'이 맞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등교낄' '차깝'으로 읽히게 되기 때문에 언어의 된소리화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외래어표기법에서 된소리 표기를 규제하는 것과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사이시옷은 제대로 쓰이지도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국립국어원의 수학 용어 조사 결과, 인터넷에서 '최대값'이라고 잘못 쓴 사례는 '최댓값'이라고 맞게 쓴 사례의 51.2배나 됐다. 나도 지금까지 최대값이 맞는지 알고 있었다.

이 교수는 "현재 국가가 주도하는 어문 규범은 국어의 생태와 국민의 실제 사용을 도외시하고 있다"면서 "사전 편찬 사업을 민간에 이양하는 등의 개선책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속이 다 후련하다. 왜? 국어학자도 자신 없는 문법을 만들어내는가? 세종대왕이 백성이 쉽게 배워 쓰도록 만든 한글이 지금 와서 맞춤법과 띄어쓰기에 더 많은 공부를 해야 된다면 화를 내지 않겠는가? 우리가 실제 그렇게 안 쓰는데 법이고 규칙이라고 강요당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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