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아들아 네가 힘들때 네가 결혼한 식장에 가보렴

조왕래 2016. 4. 9. 22:44

    

 

오늘 우연히 아들의 결혼식장 앞을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문득 들어가 보고 싶은 충동이 입니다. 다행히 결혼식이 없는 시간대여서 예식장 안은 조용합니다. 거리낄 것도 없이 혼주 석에 앉아서 눈을 감았습니다. 아들의 결혼식 날 하객들과 손잡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아들의 결혼식 날 주인공은 아들이지지만 혼주인 내가 치루는 행사여서 밀려드는 하객의 손을 잡고 와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기뻐서 구름처럼 훨훨 날아 다녔습니다.

    

주례는 내 고등학교 동기에게 부탁했습니다. 며칠을 탈고해가며 주례사를 한자 한자 정성스럽게 썼으리라 짐작합니다. 축하객은 주례사를 건성으로 들었는지 모르지만 나는 음미하며 들었습니다. 부모님에게 효도하라는 말씀을 특히 강조하는 것을 들으며 주례친구의 속마음을 읽고 빙그레 웃었습니다. 아들이 내게 효도하기보다 둘 내외가 행복하게 잘 살아 주는 것이 나에게 최대의 효도라고 생각합니다.

    

결혼이란 인생의 최대의 터닝 포인트 입니다. 30여년을 다른 환경에서 자란 남녀가 부부의 연을 맺고 살아가는데 트러블 없이 항시 맑은 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결혼을 후회 할지도 모릅니다. 그럴 때는 결혼식장을 다시 찾아 초심으로 돌아가 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결혼식 날 주례 앞에서 그리고 양가의 부모님 면전에서 먼 길 와서 지켜봐준 여러 하객들 앞에서 결혼서약을 할 때의 진실의 순간을 다시 느껴보라고 말입니다.

    

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은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40여 년 전에 손에 쥔 입사합격통지서를 지금까지도 책상서랍에 보관하고 있는데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꺼내본다고 합니다. 시장 통에서 장사를 해서 자수성가한 어느 분은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왁자지껄한 시장 통을 찾아가서 용기를 얻는다고 합니다. 기계도 시간이 지나면 오차가 점점 크게 납니다. 그때마다 처음 처음 셋팅된 표준에 맞추어 조정을 합니다. 

    

사람이 힘들고 어려울 때 찾아갈 곳이 있어야 합니다. 나는 젊은 시절 어렵고 힘들때 고향의 어머니를 뵈러 갔습니다. 그냥 지나가다 들렸다고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해도 어머니는 족집게처럼 내 안색을 알아채는 것 같았습니다, 어머니가 차려주는 밥을 먹고 그저 그렇게 어머니를 뵙고 오면 스스로 용기도 얻고 마음이 편안해 졌습니다.

    

내 아들은 착실한 크리스챤이니까 어려운 일이 있을 때 교회에서 기도로 마음을 달랠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나처럼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온몸에 땀이 흠뻑 나도록 격렬한 운동을 할지도 모릅니다. 또는 커피 잔 앞에 놓고 잔잔한 음악을 듣는 것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을지도 알 수 없습니다.  

    

누구나 자기가 기뻤던 순간을 떠올리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힘들때 즐거웠던 기억이 힘을 줍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본인의 결혼식장을 다시 찾아보는 방법도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들에게 아주 드문드문 평소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축하의 함성이 남아있는 결혼식장을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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