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 손자와 6살 손녀가 어린이집에 다닙니다. 며느리가 다리를 다처서 내가 아침 10시면 데리고 유아원에 가야합니다. 자연히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눈여겨보게 되고 며느리의 육아방법도 내 눈에 들어옵니다. 할아버지가 아이들 양육에 참견하면 밉상을 받을 까봐 지켜만 볼 뿐입니다.
오늘은 설날이 바로 코앞이라 아이들에게 유아원 선생님이 세배하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6살 누나는 집에 와서 제잘 거리며 오늘 배운 것을 ‘엄마 이것 봐’ 하면서 제 엄마 앞에서 재롱을 떱니다. 3살 손자는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배운 것인지 조차도 모를 정도로 무관심합니다. 아무래도 나이차이가 있어서 그런 것으로 이해합니다.
요즘은 학부모와 선생님이 카톡으로 연락을 주고받습니다. 유아원에서 아이가 한 행동을 엄마에게 알려주고 아이 엄마는 선생님에게 부탁할 말을 카톡에 남깁니다. 아이들에게 세배를 정식으로 가르처 볼 심산인지 원아들에게 전부 한복을 입혀서 보내달라는 카톡 문자를 받았습니다.
6살 누나는 고분고분 한복으로 갈아입는데 3살 동생은 한복을 입지 않겠다고 때를 씁니다. 나 같으면 몇 번 말해도 듣지 않으면 한대 갈겼습니다. 유아원에 가지 말라고 소리도 질렀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며느리는 조용히 계속해서 아이를 이해시키려고 똑 같은 말을 반복해서 합니다. ‘선생님이 오늘 한복을 전부 입고 오게 했고 너 혼자 안 입고가면 다른 아이들이 흉을 본다.'는 내용으로 타이릅니다.
결국 아이를 설득하는 데는 실패하고 한복을 별도로 싸서 들고 가기로 했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한복을 입은 모습을 보면 마음이 변해서 입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역시 유아원에서 다른 아이들이 전부 한복을 입은 모습을 보고 자발적으로 입었다고 유아원 선생님으로부터 전해 들었습니다.
아이들을 유아원에 다 보내고 나서 내가 며느리에게 한마디 했습니다.
‘우리가 아이들 키우는 방식과 네가 아이들 키우는 방식이 다르구나!’
‘ 예? 아버님 무슨 말씀이세요?’
‘ 내가 아이들을 키울 때는 말을 몇 번해도 안 들으면 때렸다. 사랑의 매라고도 하고 때리는 것도 훈육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지 오늘 보니 너는 잘 참고 계속 설득을 하더구나! 내 눈에는 네가 참 참을 성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나보다 한수 위 더구나 ‘
‘ 저도 피곤하면 못 참을 때도 있지만 오늘 아침처럼 이 정도는 충분히 참을 수 있어요.’
‘그래 아이를 때리면서 훈육하던 방식은 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짓이지 어떤 경우에도 지능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아이를 어른의 잣대로 재단하여 때리면 안 된다.’
‘ 예 아버님 저도 노력하고 있어요.’
며느리가 쓰는 냉장고 앞에 종이 한 장이 붙어 있습니다. 찰스 마이어의 ‘어머니의 기도’입니다. 어머니의 기도는 링컨 어머니의 기도도 유명하지만 종교적인 색채가 강합니다. 좋은 말을 들을 때는 나도 그렇게 해야지 하면서도 막상 닥치면 잊어버려서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말이나 행동은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수시로 읽고 마음을 다잡아야 합니다.
어머니의 기도 - 찰스 마이어
『 아이를 이해하고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며
묻는 말에 하나하나
친절하게 대답해 주도록 도와주소서.
면박을 주는 일이 없도록 도와주소서.
아이가 우리에게
공손하길 바라는 것과 같이
우리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느꼈을 때
아이에게 잘못을 말하고용서를 빌 수 있는 용기를 주옵소서.
아이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비웃거나 창피를 주거나놀리지 않게 하여 주옵소서.
우리들의 마음속에서
비열함을 없애주시고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게 하여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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