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로그를 만들어 여기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씁니다. 일반인의 불로그 활동이란 것이 뻔해서 내가보고 느끼는 일상사입니다. 여기엔 가족의 이야기도 많이 있습니다. 내 글을 읽는 최고의 독자는 결혼한 아들입니다. 내 글을 읽고 아버지의 속마음을 알아챈다고 고백합니다. 부모와 다 큰 자식 간 소통이 남북관계만큼 잘 안 되는 것이 현실인데 아버지의 글을 읽고 독후감을 전해주는 아들이 고맙습니다.
말보다 글이 좋은 점은 말은 시간적 공간적 제약으로 할 말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글은 기분에 휩쓸리지 않고 냉정하게 하고 싶은 말을 모두 적을 수 있습니다. 말은 목소리에서 건강과 기분을 읽을 수 있고 당황하여 거짓말을하면 느낌으로 대부분 눈치를 챕니다. 아들이 내 목소리를 듣고 싶어 전화를 하지만 길게 이어지지 못합니다.
‘아버지 저예요’
‘응 그래 무슨 일이 있나?’
‘아니에요. 시간이 나서 문안전화 하는 거예요.’
‘그래 요즘 뭐 별일 없지 아픈 데는 없고’
‘예 없어요.’
‘얘들은 유아원 잘 다니고’
‘예’
‘.……’
‘……’
‘ 아버지 담에 또 전화 하겠습니다.’
‘그래. 잘 지내라’
보통 이런 식으로 30초 내외의 짧은 대화입니다. 아들 말로는 아버지와 통화하면 뭐가 바쁜지 전화를 빨리 끝내려고 하는 분위기를 느껴서 대화를 길게 이어가지 못한다고 합니다. 나도 갑자기 아들의 전화를 받으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벙벙한 상태에서 요령 있게 대화를 길게 이어가지 못합니다. 직장생활을 한 남자들이 비교적 길게 통화하는 훈련이 부족합니다. 아마 오랬동안 짧은 통화 훈련의 결과로 생각합니다.
내가 젊은 시절에는 전화요금도 아껴야 하는 시대여서 ‘통화는 간단히, 용건만 말하기. 같은 문구를 전화기에 붙여놓고 누가 좀 길게 말한다하면 눈총을 받았습니다. 지금생각해도 웃겼던 것은 공기업임에도 과장님 책상 앞에 ’시외통화기록부‘가 있어서 모든 시외전화는 기록을 하고 허락을 받았습니다. 사적인 전화요금은 월말에 개인이 직접 내기도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 익숙해서 인지 나도 모르게 짧게 통화하려는 행동이 절로 나오지 않았나 변명해봅니다. 지금도 사무실에서 사적인 전화를 오래하면 눈총을 받습니다.
남의 불로그 글을 읽으려면 불로그 주소를 찾아 들어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전화 통화는 상대의 지금 상태를 잘 모르니 무작정 전화를 길게 끌고 가기도 어렵습니다. 가족 간 통신비 걱정 없이 소통할 수 있는 것이 스마트폰의 카톡입니다, 문자나 카톡은 바쁘면 지금 당장 보지 않고 한가한 시간에 보면 됩니다. 이런저런 편리성 때문에 카톡을 이용한 정보교환이 재래방법의 통화나 문자를 주고받는 건수보다 더 많아졌다고 판단됩니다.
우리 식구들도 서로 카톡을 하지만 전체를 카톡방으로 묶어서 단체카톡을 할 생각은 못했습니다. 아들이나 며느리가 손자, 손녀의 사진을 보낼 때는 똑 같은 것을 나에게도 보내고 아내에게도 보내다 보니 불편했나봅니다. 아들이 가족 간 소식을 함께 공유하자고 가족 카톡방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내외와 아들내외 사위내외만 합해도 3쌍 6명이나 됩니다. 아이들까지 합하면 열 명이나 되다보니 이야기 거리를 찾으면 늘 있습니다.
오래 만에 만난 사람은 그동안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아도 막상 만나면 할 이야기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매일만나 자주 이야기 하는 사람끼리는 샘물 솟듯 이야기 꺼리가 많습니다. 카톡을 통해 가족끼리 자주 만나는 기분입니다. 사진이나 동영상까지 전송을 하니 더욱 살갑게 느껴집니다. 시대가 변해서 가족 간에도 서로 멀리 떨어져 지내지만 문명의 이기를 잘 살려 가족 간 시간적 공간적 거리를 줄여나가는 지혜를 발휘할 때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