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들빼기는 쓴맛이 강한 잡초(?)입니다. 최근에 들어서야 밭에다 재배를 하고 채소로 인정해 주지만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밭이나 산천에 지천으로 자라던 생존력이 아주 강한 잡초에 불과했습니다. 적절하게 쓴맛을 우려내고 고들빼기김치를 담그면 그 쌉쌀한 쓴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인기입니다. 또 살짝 데치거나 물에 하루정도 담 구어서 쓴맛을 약간 우려내고 무쳐먹어도 식욕을 당기게 하는 나물입니다. 쓴맛 나는 것이 게 보약이라고 고들빼기도 간이나 위를 보하는 약용의 효과도 있다고 알려지면서 채소 겸 약용식물로 승격했습니다.
오늘은 100여 평에 심은 고들빼기를 수확하여 판매하는 날입니다. 일꾼은 처남내외분과 우리내외 총 4명입니다. 자식들은 바쁘다고 이런 일은 도와주지 않지만 아이들 데리고 오며는 일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됩니다. 일꾼을 사면 할머니도 하루 5만원에 식사도 제공해야 하니 이 돈을 주고 나면 별로 남는 것이 없습니다. 수 만평을 짓는 대농 아니고는 가족끼리 짓는 것이 일반화 된지 오래입니다. 주로 농사는 처남네가 하지만 나도 귀농에 대비 처남네의 도움을 받아 농사를 합니다.
농촌 수입이 별로 이다보니 60세 미만인 사람은 외자로 나가 아파트 경비를 하는 것이 농사짓는 것보다는 낫다고 다 떠나버려 노인들이 농촌의 주력부대 입니다. 나이로 60대면 청년대접을 받습니다. 다행인 것은 다양한 농기계가 나와서 농업기계화가 일손을 많이 덜어주고 예전보다 나이에 비해 체력이 좋아서 70대인데도 경운기나 트랙터를 운전합니다.
예전에는 농사지은 것 중에서 제일 실한 놈을 골라 내년에 농사지을 씨앗으로 사용했지만 요즘은 전부 모종을 사다가 심습니다. 고추나 상추 토마토 이런 것들도 그렇게 합니다. 비용이 더 들지만 일손도 덜고 무엇보다 좋은 종자를 심을 수가 있습니다. 고들빼기는 씨앗이 아주작고 원래 잡초였던 채소라 씨앗을 흩뿌려도 발아도 잘되고 잘 자랍니다. 보통 곡식은 드문드문 파종을 해야 햇볕도 많이 받고 영양분도 혼자 많이 먹어 잘 자라지만 고들빼기는 좁은 땅에서 서로 경쟁을 해야 잘 자랍니다. 잡초의 근성이 남아있습니다.
고들빼기는 뿌리와 잎을 모두 먹기 때문에 뿌리를 다치지 않도록 캐야합니다. 잡초이던 시절 논, 밭의 가장자리 둑에 난 것은 호미로 캤습니다. 밭에 재배한 것은 삼지창처럼 생긴 쇠스랑을 이용하여 땅을 푹 파서 아예 뿌리째 들어냅니다. 그런 다음 고들빼기를 잡고 가볍게 흔들면 흙과 고들빼기가 분리됩니다. 남자들이 삽처럼 생긴 쇠스랑으로 흙을 들어내면 여자들이 고들빼기와 흙을 분리하는 작업을 합니다. 작년에는 논에다 심었더니 물이 빠진 논땅은 딱딱하여 뾰족한 쇠스랑도 잘 안 들어가고 흙도 덩어리인체 부스러지지 않아 고들빼기 수확에 아주 애를 먹었습니다. 올해는 밭에 심어서 한결 쉽습니다.
새벽부터 작업을 하고 한 낮에 쉬었다가 오후 3시면 작업을 종료해야 합니다. 3시 이후는 동네에서 수확한 다양한 농산물을 싣고 갈 차가 오기 때문에 그전에 작업을 끝냅니다. 오늘 한 작업은 전부 4kg들이 50박스를 수확했습니다. 한 박스에 경매로 만 육천 원에 팔렸습니다. 수입이 팔십 만원입니다. 하지만 차량 운임 비용 10만원을 주고 박스 값 만원( 농협에서 지원금이 있기 때문에 저렴합니다.)과 씨앗 값, 경매 수수료를 제해야 합니다. 시골서 농사를 지어도 판로가 마땅찮은 것이 제일 애로입니다. 올해 고들빼기 농사는 그런대로 수입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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