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관여하는 동호회에서 1박 2일 일정의 통영 여행을 계획하였다. 주말이나 공휴일 아침에 운동하는 사람 9명이 동행하기로 했다. 모두가 직장 다니는 사람들이고 여러 명이 움직이려니 일정 맞추기가 어려웠다. 한 명이라도 빠지면 여행계획은 취소하는 걸로 배수진을 쳤다. 12인승 합승을 렌탈하여 효율성과 단합을 과시하기로 했다.
통영의 마리나 콘도 방 두 개를 예약하고 총무가 인터넷으로 밥 먹을 곳, 관광할 것을 조사했다. 통영은 내가 3년간 직장 생활을 한 곳이기 때문에 잘 알지만, 총무도 인근 고성군 출신이니 지역 사정에 밝다. 인터넷으로 구석구석을 살펴 다시 확인하고 꼼꼼히 일정표를 짰다. 비록 총무의 직책을 갖고 머슴처럼 궂은일을 하지만 그는 중소기업의 대표이사다.
아침 7시 서울서 출발하여 휴게소 3곳을 쉬어가며 좌우 경치도 구경하고 쉬엄쉬엄 가다 보니 통영 미륵산 케이블카 승차장에 도착한 시간이 12시나 되었다. 토요일이라는 특수성도 있지만, 단풍철이 지났는데도 사람들이 인산인해다. 케이블카 탑승객 600만 명을 돌파했다니 통영시로 보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다.
처음 케이블카 설치계획 때는 산을 망친다고 환경단체의 반대가 심했다. 케이블카 승차표를 사고도 1시간 가까이 기다린 후 케이블카에 오를 수 있었다. 걸어서 오르는 산행보다 케이블카 위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좋다. 정상 미륵산은 내가 통영에 살 때 도보로 용화사 뒷길로 자주 올라가던 곳이어서 느낌이 남달랐다.
관광객이 많기도 했지만, 갑자기 비가 후둑후둑 떨어지자 탑승객이 몰려 대기시간이 제법 걸렸다. 내려오니 벌써 3시가 되었다. 늦은 점심을 통영 명물 음식인 멍게비빔밥과 생선구이로 요기하고 거제도 몽돌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늦은 오후의 가을 바닷가는 관광객이 없어 을씨년스럽다. 밀물 썰물이 몽돌을 스칠 때마다 피아노 소리가 난다. 점점 어둑어둑 어둠이 내리고 있었지만, 풍차가 돌아가는 바람의 언덕으로 향했다.
창밖에는 제법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우산 없이 비를 맞으며 바람의 언덕 대형풍차를 바라본다. 돌아가는 저 풍차의 가는 날개에 우리의 액운을 실어보내고 오는 날개에 행운과 소망을 기원해 본다.
통영 중앙시장에 와서 저녁거리로 살아있는 광어, 방어, 돔을 사서 활어회로 뜨고 멍게와 굴을 추가했다. 초고추장과 채소는 물론 저녁 파티를 위해 음료수와 술도 사고 특히 내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케이크와 통영 명물 꿀빵도 준비했다.
넓은 콘도에서 한 상 그득 음식을 차려 놓고 기념촬영도 하고 내 생일 축하노래도 했다. 왁자지껄 덕담도 이어지고 적색 와인 백색 와인 각 두 병씩이 몇 순배 돌고 나니 바닥을 보인다. 다음은 지하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노래방 특별 서비스로 노래방 시간은 무한 리필되었다. 각기 18번의 곡과 새로 준비된 노래들을 멋들어지게 불렀다. 늦은 밤 각자 행복을 가슴에 담고 방으로 돌아와 피곤, 술기운, 늦은 밤이 범벅되어 모두들 금방 꿈나라로 갔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여행은 좋은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