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네 공원에서 열심히 운동중인 팔팔한 나이든 아저씨를 만났다. 이분은 덩치는 좀 작은 편이지만 온몸이 근육으로 뭉쳐있고 나이도 60대 초반으로 보일 정도로 팔팔하다. 내가 이분을 처음 만난 건 우리 동네 상가 쓰레기하치장이었다.
쓰레기하치장은 상가에서 나오는 모든 종류의 쓰레기를 분류하고 정리하여 재활용은 재활용업체에 음식물 쓰레기는 음식물 처리업체에 넘기는 일을 한다. 냄새도 냄새려니와 일이 많아 처음 해보려는 사람은 며칠 하다가 그만둔다. 급여 또한 100만 원에 미치지 못하지만 60이 넘은 분도 받아주기 때문에 언제나 나이든 분이 일을 하는 곳이다.
나이든 분들이 일을 하다 보니 힘에 부쳐 정신없이 일하는 데도 하치장 바닥은 늘 지저분했다. 그런데 이분이 오자 쓰레기하치장이 전과 다르게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바빠 허덕거리는 모습도 아니다. 내가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보니 일하는 데는 요령이 필요한데 전에 근무하던 사람이 요령이 없었다고만 말한다.
어쨌든 깨끗한 하치장에서 신바람 나게 일하는 근무자를 보는 것이 즐거웠다. 내가 판단컨대 요령도 요령이지만 근육질의 아저씨가 힘이 있어 무거운 것도 번쩍번쩍 드는 체력의 밑받침이 크다고 생각된다. 이제는 일에 파묻혀 정신없어하던 옛날 하치장의 모습이 아니다.
그런데 이분이 점심을 먹으면서 반주로 소주한잔을 얻어먹은 모양인데 공교롭게도 순찰하는 개코 보안팀장에게 냄새로 들키고 말았다. 근무 중에 술을 먹었다는 이유로 즉시 해고되었다. 그는 소주 한 잔으로는 정신이 말짱하다고 항변했지만 근무수칙을 위배했기 때문에 항변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리고 통 못 보다가 오늘 공원에서 만난 것이다. 근황을 물어보았다. 나이 70이 넘으니 아파트 경비고 공사현장이고 쓰레기장 처리장에도 받아주지 않아 놀고 있다고 한다. 체력으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데 나이만 밝히면 채용이 안 된다고 깊은 한숨을 쉰다.
그는 조선족으로 중국 목단 강 근처에서 농사짓다 52세에 고국에 와서 공사판을 돌아다녔다. 자식은 1남 1녀를 두었는데 그들도 자기 자식 키우느라고 코가 석자란다. 나이가 70이 넘어도 병원에서 건강진단서를 제출하고 체력검정도 통과하면 1년 단위로 계속 취업이 되면 좋겠다. 어떤 아파트는 65세가 넘어도 주민들이 계속 고용에 동의하면 근무케 하는 곳도 있다 한다.
충분히 일 할 수 있는 체력인데도 나이 때문에 일을 못 하는 것은 헌법의 평등원칙에 어긋난다. 제도적 보완장치가 마련되어야겠다. 수명은 늘어나는데 제도가 미쳐 못 따라가는 것 같다. 이런 분들이 제법 있고 점차 많아 질것이다.
아직까지 일자리 때문에 세대 간 갈등은 적다. 나이든 분은 아파트 경비나 청소 용역에 주로 투입되므로 젊은 사람 일자리와 겹치지 않기 때문이다. 젊음이 그들이 잘해서 받은 상이 아니라면 늙음도 개인이 잘못해서 받은 벌이 아니다. 일하고 싶어 체력관리를 열심히 해온 사람에게는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 좋겠다. 그들은 큰보수를 원하지 않는다.일을 하므로 건강해져서 건강보험 제정도 튼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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