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서울의 전차에 대한 추억 한 토막

조왕래 2019. 7. 28. 19:28

서울의 전차에 대한 추억 한 토막 조 왕 래

 

은방울자매가 부른 마포종점이라는 노래가 한때 유행했다.

'밤 깊은 마포종점 갈 곳 없는 밤 전차'라는 가사에도 등장하는 전차가 서울거리를 달리던 시절이다. 전차는 전차레일을 바닥에 깔고 공중에서 전기를 공급받아 달리는 지금의 전철과 버스를 닮았고 서울시민의 발이었다. 시골사람들에게는 한번 타보고 싶은 서울의 상징물인 탈것이었다. 전차운행이 1968년도 11월에 폐지되었으니 지금의 젊은 세대는 알지도 못하고 나이든 세대에게도 이제는 아련한 추억의 물건이 되었다.

난 전차에 대한 추억 한토막이 있다. 1967년도에 경북 영주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나는 형님이 계시는 인천의 고등학교에 진학하기로 했다. 지금은 자가용이다 버스다 하여 이용교통편이 다양하지만 당시에 영주에서 인천 가는 길은 대중교통으로 기차를 이용하는 보편적인 이동 수단이었다. 영주 역에서 중앙선 기차를 타고 청량리 역에 내려서 버스나 전차를 타고 서울역 까지 간다. 그다음 서울 역에서 인천 행 기차나 버스를 타는 수순이었다.

 

우선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보기위해 인천으로 우선 가야했다. 안내해 줄 사람도 없이 혼자 찾아가야 했다. 개인용 휴대폰은 상상도 못하던 시절이고 가정전화를 갖고 있는 집도 아주 드물 때여서 중간에 연락하기도 막막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공무원이던 형님께서 알려준 열차시간표대로 기차를 타고 내리고 다음차를 갈아타야지 자칫 삐끗하는 날에는 낭패를 당한다.

 

영주 역에서 기차를 타고 청량리 역에 내려 서울역행 전차를 타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서울역이라는 표지를 달고 있는 전차만 타면 된다. 문제는 서울 역을 어떻게 알아보고 전차에서 내리는 지가 걱정이었다. 형님이 말씀하시길 서울역은 교과서에서 본 서울역 사진과 똑 같은 건물이니 차 밖을 주시하고 있다가 서울역이 보이면 바로 내리면 된다고 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교과서에서 본 서울역이 나타나기를 노심초사하며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전차가 한참을 달리기는 달린 것 같은데 책에서 본 서울역이 나타나기도전에 전차운전수가 서울역이라는 표지를 떼어내고 서대문이라는 표지를 바꾸어 힘껏 내리꽂고 있었다. 전차운전사의 그런 행동에 나는 사색이 다 되었다.

앗 서울역을 지나쳤나보다.’

큰일이네 그럼 어디서 내려서 어떻게 바꾸어 타야지.’

차를 놓치고 다음차를 타면 인천서 날 기다리는 형님과 어떻게 연락을 하지.‘

머릿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하면서 전차운전사 쪽으로 달려갔다.

아저씨 벌써 서울역을 지난 거예요? 나는 서울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하고 억센 경상도 사투리에 반쯤 울먹이며 말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전차운전사는 몇 번을 웃으시더니 나를 달래듯 차근차근 말을 해줬다. 아직 서울 역에 오지 못했고 이 전차는 서울역을 경유해서 사대문까지 가기 때문에 표지판을 서울역 도착하기 전에 서대문이라고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정말 책에서 사진으로만 본 붉은색의 서울역이 나나났다 얼마나 반가운지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다.

전차운전사에게 고맙다고 몇 번이나 절을 하고 전차에서 내렸다. 지금도 전차라는 말만 들어도 당시의 아찔했던 추억이 떠올라 혼자 빙그레 웃음 짓는다.

 

조왕래

수필가 은퇴 그리고 아름다운 시작저자

cwla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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