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내 얼굴이 검다고 깔보지 마라

조왕래 2018. 12. 27. 15:21

내 얼굴이 검다고 깔보지 마라

    

 

이미 고인이 된 1934년생 김상국이라는 가수가 있었다. 8군에서 재즈풍의 노래를 하고 루이 암스트롱의 창법을 따라 해군가인 브라보 해군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쾌지나 칭칭나네>. <불나비>라는 노래를 히트시켰으며 각종 쇼 프로그램의 만담과 원맨쇼에서 특유의 입담과 재치를 보였다. ‘브라보 해군이라는 군가가 일반인들에게 널리 애창된 것은 가사가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기도 하지만 김상국가수의 암스트롱 창법도 한몫  했다고 본다.

    

내 얼굴이 검다고 깔보지 마라 / 이래봬도 바다에선 멋진 사나이

커다란 군함타고 한 달 삼십일 / 넘실대는 파도에 청춘을 바쳤다.

야야야 야야야 야야야야야야

갈매기가 잘 안다   두둑한 배짱 / 사나이 태어나 두 번 죽느냐

    

나도 십팔번처럼 이 노래를 좋아한다. 내 얼굴이 검기 때문에 더 좋아한다. 야외 운동을 즐기는 나는 여름이면 흑인처럼 얼굴이 새까맣게 탄다. 팔다리는 몰라도 얼굴만큼은 햇볕에 타지 않게 나 나름 신경을 쓰는 편이다. 모자는 필수적으로 쓰고 선크림도 바른다. 문제는 흐르는 땀과 장시간 햇볕에 노출되다보니 모자나 선크림이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데 있다. 결과적으로 얼굴이 봄에서 가을까지 검게 타들어 간다. 그럴 때마다 마음의 위로가 되는 노래가 브라보 해군가 이다. ‘내 얼굴이 검다고 깔보지 마라남자가 건강하면 됐지 얼굴 검다고 기죽을 필요 없다고 스스로를 향해 다짐하고 세뇌 시킨다.  

    

햇볕은 두 개의 상반된 얼굴을 하고 있다. 얼굴 피부를 검게 하고 늙게 만든다. 농촌에 야외에서 일하는 농부들이 같은 나이의 도시사람보다 더 늙게 보이는 이유다. 햇볕이 검버섯도 만들고 심하면 피부암을 유발한다. 반대로 햇볕은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분비토록 하여 인생이 즐겁다는 생각을 만든다. 골격을 지탱해주는 비타민D를 생성해준다. 비타민 D가 부족하면 인슐린 작용도 둔해지고 비만의 원인도 된다. 햇볕의 자외선은 강력한 살균효과가 있다. 적당히 햇볕을 받는 것은 건강의 필수 요인이다

    

언제나 적당히 하기가 어렵다. 야외에서 걷기 정도의 운동이라면 차양 긴 모자를 쓰고 얼굴마스크를 하고 짧은 팔에는 토시를 하고 반바지 정도를 입고 걸으면 적당한 땀으로 견딜 만 하다. 여성분들이 복면강도처럼 온통얼굴을 싸매고 야외활동을 하는 모습은 익숙하다. 하지만 테니스나 마라톤 같은 과격한 운동을 하는 스포츠맨으로서는 얼굴마스크가 영 불편하다. 코와 입 주위를 가리면 숨쉬기가 어려워 숨이 가빠진다. 비 오듯 흐르는 땀을 닦아야 하는데 얼굴 마스크는 영 불편하다. 어쩔 수 없이 얼굴이 검게 탄다.

 

 

 

매일 나를 보고 있는 함께 사는 가족은 내 얼굴이 검게 변하는 것을 지나치지만 오랜만에 보는 사람은 검은 내 얼굴을 보고 어디 아픈 데가 없냐고 조심스럽게 내 눈치를 살핀다. 오랜만에 만난 누나도 그렇게 말하고 기력이 쇠잔한 형수까지 나를 걱정한다. 걱정해주는 것은 고맙고 애틋한 정이 있다는 증거다.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이해를 한다.

    

인류는 수 백 만년을 맹수의 위험을 피해 도망 다니고 먹을 것을 찾아 야외에서 햇볕에 그을렸다. 하얀 피부는 수 백 년이 안 되었을 것이다. 건강하고 즐겁게 살면 되지 백옥 같은 뽀얀 얼굴 별로 부러워하지 않는다. 얼굴에 나는 검은 반점과 피부암을 걱정은 조금하면서도 내 얼굴이 검다고 깔보지 마라휘파람 노래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