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느 작가가 출판사에서 자기의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기 위해 책 판매 부수를 임의로 올렸다고 격노한 적이 있다. 한 발 더 나가 자기 책을 출판한 출판사를 관계 당국에 수사까지 촉구하였다. 책을 많이 팔아야 작가도 좋고 출판사도 이익을 더 많이 챙길 수 있다. 그런데도 자기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려는 출판사의 옳지 못한 행위에 반발한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책의 내용보다도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면 남들이 이렇게 환호하고 많이 판매되는걸 보니 필시 좋은 내용일 것이라고 믿어버리고 구매를 서두르는 잠재 고객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실질적 대 구매고객인 도서관에서 무슨 책을 구입해야 하나 하고 고민하는 책 구입 담당자들에게는 베스트셀러 구입이 당위성도 있고 간편한 방법일 것이다.
이것이 여론의 힘이다. 나는 도서 구입 시 추천사도 눈여겨보는데 과연 이런 저명인사가 이 책을 제대로 읽고 쓴 서평인가 의심할 때가 있다. 독자들을 현혹하기 위해 자기의 명예를 그냥 빌려주는 것은 자기 자신을 속이고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일이다.
선거 때도 마음에 두고 투표하려는 사람이 여론조사 결과 당선권에서 멀어져 있다는 여론 조사결과를 들으면 슬그머니 그 사람의 지지를 철회한다. 자기 표를 사표(死票)로 만들지 않겠다는 사람의 본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낙선하여도 2위로 낙선하는 것과 3위로 낙선하는 것은 다음 선거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지금 당선이 설령 안 되더라도 확실한 지지표를 확인해야 와신상담하면서 다음 기회에 다시 도전할 힘이 생길 것이다. 여론에 휩쓸리지 않고 당당하게 자기의 깨끗하고 알곡 같은 소중한 한 표를 주고 싶은 사람에게 주어야 한다.
여론 조사는 표본조사이기 때문에 꼭 민심을 대변한다고도 하기 어렵다. 조그만 동향에도 널뛰듯 출렁인다. 틀릴 수도 있다. 더욱 문제는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선거 때는 댓글을 달 알바 생을 고용하여 쓰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범죄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는 부풀리기 식 유언비어에 하소연하는 것을 나중에 방송에서 알게 된다. 대중의 우상이니 그 정도 피해는 감수해야 한다지만 터무니없는 내용으로 흥미본위로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당사자로서는 가슴 아픈 슬픈 일이다. 딱히 해명할 방법도 신통치 않다면 얼마나 상심이 되겠는가? 진실이 아니면 말하지 말고 누구에게 들었다 해도 본인이 확인하지 못한 말은 옮기지 말아야 한다. 여론을 믿고 여론이 항시 진실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