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하모니카페스티벌’ 관람하다
하모니카는 작은 오케스트라다. 하나의 악기로 다양한 소리를 토해내는 악기라는 걸 하모니카를 배우면서 새삼 느끼고 있다. 하모니카를 배운지 벌써 반년이 지났다. 아직도 초보수준이다. 배우고자하는 의욕을 심어주기 위해 하모니카 선생님이 서울시청 지하의 시민청에서 하는 ‘서울국제하모니카페스티벌’에 가서 전문 연주자들의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듣고 하라고 수강생들을 현장으로 내몰았다.
한여름의 40도를 육박하는 날씨에 외출하기가 부담되었지만 시들해진 하모니카 공부에 박차를 가하는 방법 중 하나가 명연주자의 연주를 들어보고 감동을 받는 길이라는 정도는 안다. 나와 같이 갈 동료를 찾으니 무슨 선약이 있다고도 하고 유튜브에도 동영상이 많은데 굳이 그곳까지 갈필요가 없다는 사람도 있고 한마디로 시큰둥하여 혼자 가기로 했다.
8월4일(토) 12시 301분부터 시작하는 하모니카 솔리스츠(Harmonica Sololists)무대를 보기로 했다. 시민청 지하 1층의 ‘활짝라운드’에 12시에 도착했다. 이곳저곳의 하모니카 연습장에서 하모니카를 배우는 관람객들이 벌써 진을 치고 있다. 젊은 사람은 아주 드물고 50대 후반부의 사람들이 많다. 아직은 하모니카가 젊은 사람이 선호하는 악기는 아닌 모양이다.
하모니카 제작회사에서 작은 부스를 마련하여 자기들의 제품을 홍보도하고 판매도 한다. 참 다양한 하모니카가 많다. 입안에 넣으면 쏙들어갈 길이가 10cm정도의 하모니카도 있다. 아직 내 실력으로는 좋은 하모니카를 구별할 만큼의 수준이 되지못해 사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고 여러 종류의 하모니카 구경만 신나게 했다.
정확히 12시 30분이 되자 무대의 막이 올랐다. 첫 순서로 옌스 붕예(Jens Bunge)라는 미국인 무대다. 장신의 노신사다. 왼쪽에 마이크를 잡고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하모니카를 부는데 내가 모르는 외국곡이어서 흥미는 반감되었지만 나는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고 마음을 고쳐먹으니 나는 도저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고음의 연주가 매끄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음에는 대만의 장주팅(Chuting Chang)이라는 여자 연주자다. 하모니카 두 개를 포개어 음역을 넘나든다. 고개와 머리를 까닥까닥 하면서 흥겹게 불어 제킨다. 중간 중간 4개의 하모니카를 바꾸어가면서 단조와 장조를 넘나든다. 3곡을 연주 했는데 몸은 곡조를 알아듣고 흥을 나타낸다.
다음으로 한국인 김경희씨다. 붉은 무대 복을 입고 나오자 같은 음악학원에서 온 동료들의 열렬한 응원의 박수를 받는다. ‘나의 어머니’라는 노래를 이세상의 모든 어머니에게 들려 드린다 말하고 하모니카에 침을 몇 번 바르며 비장하게 입에 문다. 곡을 들으며 나도 약간 울컥했다. 다음 곡으로 베토벤 소나타를 연주하는데 여러 개의 하모니카를 바꾸어가며 연주한다. 하모니카로 이런 곡도 연주할 수 있구나 하는 새로운 사실을 이제사 알았으니 내가 하모니카 왕 초보임에는 분명하다.
다음 무대로 한국인 김창식씨인데 여성분이다. 무대에 서게 해 준 은사님에게 고마움을 우선 전한다. 첫 번째 헝가리 댄스곡을 연주하고 두 번째 곡으로 내가 좋아하는 ‘엘콘도르 파사’라는 남미 음악을 연주한다. 엘 콘도르 파사는 잉카제국의 멸망의 혼이 들어있다는 슬픈 음색의 곡조다. 잉카제국의 고유복장을 한 잉카의 후예들이 피리 같은 악기로 구슬피 불어 제키는 엘콘도르 파사는 국내에서도 연주하는 장면을 몇 번 본 적이 있어서 친숙하다. 하모니카로 이런 노래가 연주 될지는 정말 몰랐다. 하모니카로 불어도 역시 슬픈 애잔한 곡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으로는 대만 황치수씨 무대다. 남자고 덩치가 있다. 더운 여름인데도 잠바를 걸쳐 입었다. 아마 본인의 무대의상인 것 같다. 대만 곡을 포함하여 모두 4곡을 연주했는데 잘 모른 곡이어서 흥미는 덜했지만 고음대의 힘 있고 멋들어진 하모니카 기교는 탁월 했다. 소리가 웅장하다.
세상사 모두가 그렇지만 하모니카 소리도 아는 것만큼 들리고 보인다. 내년에는 좀 더 잘 들리고 잘 보이게 될 것이다. 나에게 하모니카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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