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곽도시에서 점심을 먹었다. 맛 집이라 찾아간 것이 아니고 지나가다 배가 고파서 그냥 들어 간 집이다. 메뉴판을 보고 7천 원짜리 음식을 시켰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맛있게 먹었다. 다 먹고 계산을 하려는데 음식 값이 8천원 이라한다. 잠간 옥신각신했다.
‘아니 벽에 걸어 논 메뉴판에는 7천원인데 8천원이라니요?’
‘어제부터 가격을 올렸는데 미처 메뉴판은 고치지 못했어요.’
‘못 고친 것은 음식점의 잘못이고 메뉴판 보고 시킨 손님 잘못이 아니잖아요.’
‘식자재 값이 다 올라서 가격을 올리는 우리도 참 답답해요.’
약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7천원에서 8천원으로 천원이나 올리면 14%나 올리는 것인데 무슨 식자재 값이 14%나 올랐습니까? 물가 올린 것만큼만 올려야지요.’
주인의 표정을 보니 완전히 송충이 씹은 얼굴이다. 오늘 일진이 나빠 재수 없는 놈 만났네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나 또한 기분이 말이 아니다. 그냥 돈을 주고 나올 걸 괜히 시비를 걸었다는 후회를 했다.
‘빨리 메뉴판을 고치세요.’ 하고 돈을 다 주고 나왔다. 작은 가게이니 메뉴판을 빨리 못 고칠 수도 있겠다. 하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표시한 가격과 실제 받는 돈이 다르다면 이중가격(二重價格)이다. 이중가격임을 소비자가 알고 양해하면 문제는 없다. 음식점에서 주문을 받을 때 메뉴판의 가격과 다르다는 다는 것을 알려주면 손님은 먹을 것인지 나갈 것인지 결정하면 된다. 대부분 손님들이 ‘식자재 값이 올라서 가격을 올렸다는데 어쩌겠는가!’ 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였을 것이다.
미리 말하지 않은 이중가격은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 하여 양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파는 것과 같다. 표리부동(表裏不同)이라 하여 겉과 속이 다르다면 누구나 화를 낸다. 호박에 줄그어 수박으로 팔면 황당하다.
박정희 대통령시절에 이중곡가제(二重穀價制)라 하여 농촌의 쌀을 비싸게 사서 도시민들에게 싸게 팔았다. 중간에 차액은 정부에서 세금으로 보충했다. 농촌을 돕기 위한 정책이다. 농촌의 열악함은 우리나라만 아니라 세계적 공통사항이다. 농촌지원 정책은 어느 나라나 다양하게 한다. 국민이 알고 있으니 차별이라 하지 않고 지원이라는 표현을 쓴다. 불우이웃을 돕겠다는 취지로 판매단가를 높여 마진을 좋게 한다. 알고치는 고스톱이다. 전후사정을 알기 때문에 비싸게 사면서도 웃는다.
세상의 사기꾼들은 입으로는 달콤한 말을 하면서 뱃속에는 돈을 뺏을 칼을 숨기고 있다. 겉으로는 순종하는 체 하면서도 속으로는 딴 맘을 품고 있는 구밀복검(口蜜腹劍)하는 간신배가 나라를 망친다. 소리장도(笑裏藏刀)는 웃음 속에 칼을 감춘다는 뜻이다. 말은 좋게 하면서 호시탐탐 헤칠 마음을 품고 있다.
식자재 가격이 올라서 음식 값을 올려야 한다면 올리는 것이 옳다. 기습인상이 아니라면 메뉴판도 고치고 단골손님에게는 미리 알려주는 것이 상도덕이다. 먹고 나서 올랐다고 하면 손님은 황당해 하고 기분을 잡친다. 음식점은 음식만 파는 곳이 아니라 기분 좋은 서비스를 함께 파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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