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마음을 편하게 하는말 이능고생

조왕래 2017. 12. 7. 11:42

 

색소폰이나 드럼 같은 악기를 멋지게 다루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그보다 덜하지만 술자리에서 젓가락 장단을 흥겹게 치는 사람도 부럽다.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나 운동을 잘 하는 사람을 보면서 나는 왜 저렇게 못하지, 저 사람과 똑같이 눈이 있고 코가 있고 손발이 있는데 뭐가 부족해서 저렇게 못하지 하고 자신에 대해 실망한다.

    

하지만 나이 들어가면서 남들보다 앞에 서지는 못하지만 평범하게 무리 속에 휩쓸려 살아가며 욕심을 버리는 요즘이 참 좋고 편하다는 느낌이다. 선두에 선 사람이 바람을 많이 받고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이 말이 무릎을 탁 칠정도로 참 맞는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끔 나이들면 이능고생(以能苦生)이란 말을 음미한다

    

이능고생이란 능력이 오히려 삶을 고생스럽게 한다는 말이다. 장자(莊子)가 말했다. 장자가 살았던 시대에도 오로지 능력 있는 자만이 우대를 받던 시대였다. 그런데 결국 그 우대가 한 사람의 인생을 더욱 고통스럽고 힘들게 만들었다. 능력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주목을 받고 부름을 자주 당해야 한다. 비록 높은 자리나 부를 축적하여 영웅이나 부자소리를 듣게 되지만 개인의 삶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죽도록 고생만 하며 살다가 정상적인 삶을 마무리하지 못하는 인생이라는 것이 장자의 시각이었다.

    

나이 들어보니 이능고생 이라는 말이 몸과 마음을 참 편하게 하는 말이다. 난느 테니스를 즐기는 테니스 동호회원이다. 테니스 동호회 모임에서는 잘난 능력이 바로 테니스 실력이다. 테니스 실력이 좋은 사람은 여기저기 시합에 불려 다닌다. 시합에 이기면 박수를 받지만 지고나면 따가운 눈총도 감수해야 한다. 큰 시합일수록  스트레스는 커진다. 시합에 나가면 뒤풀이 술도 먹어야 하고 교통비 등 개인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능고생이라고 본인은 힘이 든다. 반면 나 같은 둔재는 오직 나를 위해 내가 운동하고 싶을 때만 운동한다. 시합에서 저도 웃고 이겨도 웃으면 된다. 내가 하는 시합을 관심 갖고 보는 사람이 없으니 저도 이겨도 마음 편하다

    

누구나 학교 다닐 때 좋아하는 과목이 있고 싫어하는 과목이 있었다. 싫어하든 좋아하든 시험을 봐야하고 점수를 받아야 한다. 싫어하고 자신 없는 과목은 시험결과가 나쁘게 나와도 체념하며 나는 이 분야에 소질이  없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 있고 좋아하는 과목은 내가 능력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한 문제라도 틀리지 않으려고 몇 배의 노력을 하고 틀리면 실망하고 애석해 한다. 30등하는 학생이 40등이 되어서 느끼는 좌절감보다 1등 학생이 2등 되었을 때 느끼는 좌절감이 더 크다.

    

남을 이기려고 하면 힘이 든다. 남들보다 내가 좀 못하고 내 앞에 선 사람은 타고난 재주가 나보다 낫기 때문에 내 앞에 서 있다고 통 크게 생각하니 마음 편하다. 나이 들어가면서 이기려고 너무 아등바등하는 하는 노인네의 모습이 아름답기는커녕 애처롭다. 흐르는 강물은 서로 앞서려고 하지 않는다. 이름 없는 들꽃이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이능고생이라고 남들보다 능력이 없음을 한탄하기 보다는 순리로 받아들이며 능력만큼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