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마 클럽의 여자 마라토너
내가 마라톤을 하면서 알게 된 마라톤 동호회 여자 마라토너는 50대 후반이다. 우리나라 여자 마라톤 동호인 중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마라톤 시합만 나가면 등수 안에 입상했는데 그래도 나이가 있는지라 젊은 사람들과 속도 경쟁에는 다소 밀리는듯해서 이제는 울트라 마라톤 ( 마라톤 규격거리인 42.195km를 넘어서는 거리로 보통 100km를 달린다)으로 주 종목을 옮겨 얼마 전 100회 완주를 했다고 낭보를 알려왔다.
일반 마라톤 완주 100회도 어려워 ‘100회 마라톤’이라는 클럽은 100회 완주를 목표로 달리는데 우리나라 최고의 권위 있는 클럽이다. 이를 넘어서 100회 울트라를 달렸다니 정말 대단하다. 울트라 100회 완주자는 여자로는 처음이고 남자도 3명 정도가 있다니 더욱 놀랍다.
마라톤 대회는 주말에 열리니 매주 출전한다고 해도 꼬박 2년이 걸려야 100회를 달린다. 울트라 대회는 혹한기 혹서기는 14시간을 달리는 고 위험 때문에 대회가 없는 점을 감안하면 내 생각으로는 5년이 걸려야 달성할 기록이다. 나는 울트라 마라톤을 3회 완주했다. 100km를 14시간 안에 달려야 완주증을 준다. 그래서 울트라의 고통을 너무 잘 안다.
그런데 본인만 잘 달린다면 기록과 등수로 보상을 받을 뿐이다. 이 여자는 자신의 기록 달성보다 시각마 (시각장애인들의 마라톤 모임)의 시각 장애 마라토너들과 손목에 끈을 묶어 주로를 함께 달리면서 길을 안내하는 동반주를 봉사활동으로 계속해오고 있는 것이 남다르다.
시각마들은 앞이 보이지 않으니 돌부리에 넘어지는 것은 예사고 정상 마라토너들과 함께 달리니 부딪칠 위험이 많아 이끄는 사람은 계속 소리를 지르며 내달려야 한다. 어렵다. 나는 두려워서 해보지도 못했다. 가쁜 숨을 쉬면서 달리는 것도 고통인데 소리까지 질러야 하니 자칫하면 엇박자의 호흡으로 더욱 숨이 차다.
살찐 마라토너는 없다. 이 여자도 달리는 뒷모습은 반듯한 허리에 경쾌한 몸놀림으로 20대 처녀의 몸매다. 앞에서 얼굴을 보면 헉! 하고 사람들이 놀란다. 그래서 검은색 고골을 쓰고 모자를 쓴다. 도대체 어디서 이 여자에게 이런 힘이 나오는가?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 본인은 선천적이라고 한다.
그렇게 달려도 무릎 관절은 이상이 없다니 분명 선천적인 강한 무릎을 갖고 있다. 그리고 강인한 정신력이다. 다음으로 술을 먹지 않는다는 것을 들고 싶다. 술은 관절에 해롭다. 젊어서 술 많이 먹은 사람치고 관절 성한 사람 보기 어렵다.
남을 돕는 봉사활동은 여러 곳에 있다. 자기의 재능을 살려서 봉사활동 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시각마의 봉사활동은 기본이 달리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의 재능을 사회에 환원하는 이 여자가 살아가는 법을 본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