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도둑질

조왕래 2016. 10. 12. 17:08

    

 

어린 시절에 용돈을 받는 날은 소풍가는 날이 유일했다. 더구나 집에서 농사를 짓는 아이들은 평소에 집에 돈이라고 없기 때문에 용돈이란 자체가 없었다. 돈을 매일 만지는 장사하는 집 아이들은 용돈을 조금은 만졌다. 우리 반에 신발가게를 하는 아이가 있었는데 주머니에 용돈이 있는 날이 많았고 그 친구가 뭘 사서 먹을 때는 한없이 부러웠다. 나도 용돈을 갖고 싶었다. 그러던중 집에서 소를 팔고 뭉칫돈을 돈 통에 넣어둔 것을 알았다. 부모님 몰래 100원짜리 지폐 100장 묶음인 만원 뭉치에서 지폐 한 장을 꺼냈다. 가슴이 콩닥콩닥했지만 100장 묶음에서 한 장이 없어졌으니 잘 모를 것이라고만 생각을 했다. (당시100원은 지금의 만원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밤중에 자고 있는데 부모님의 두런두런 말소리에 선잠이 깼다. 아버지가 돈을 세어보니 한 뭉치에서 한 장이 빈다는 거였다. 틀림없이 세어서 받았는데 이상하다고 세고 또 세어본다. 나는 숨을 죽이고 있었다. 결국 아버지는 본인이 잘못 세어 한 장 부족하게 받은 걸로 인정하고 넘어갔다.

    

그리고 몇 달이지나 나는 또 한 번 더 훔쳤다. 이번에는 다른 것을 팔아서 받은 돈뭉치다. 밤중에 자고 있는데 부모님의 음성이 높아졌다.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돈을 꼼꼼히 세어 받아야지 먼저도 그렇게 하더니 이번에도 잘못 세어서 한 장 비게 돈을 받았느냐고 아버지를 질책했다. 아버지는 입맛만 쩝쩝 다시며 내일 돈 준 사람에게 물어봐야겠다고 말씀을 하신다. 겁이 덜컥 났다. 어머니가 아 그 사람이 다 줬다고 하지 한 장 덜 줬다고 얘기하겠느냐 괜히 바보 되지 말고 가만히 있어요라고 말씀하시는 통에 또 그렇게 넘어갔다.

    

세 번째 도둑질하면 들킬 것이라는 불안함과 부모님을 속인 죄책감에 더 이상 하지는 않았다. 만약 부모님이 나를 의심했다면 내가 군것질을 하는지 눈 여겨 봤을 텐데 그런 일도 없었고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그때의 범인이 나라는 것은 모르고 돌아가셨다, 오직 나만 알고 있는 가슴속 비밀이었다.

    

도둑질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그 당시 내가 지은 죄 때문에 늘 주눅이 들었었는데 이런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있었다. 직장상사의 딸이 손버릇이 나빠 아버지 주머니에서 가끔씩 돈을 꺼내간다는 것이다. 때리기도 하고 경찰에 연락하여 잡아가게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반짝 효과만 있을 뿐 개선되지 않는 다고 큰 걱정을 하신다.

    

마침 그 자리에 계시던 다른 상사분이 아이에게 용돈을 주지 않아서 아이가 그런 것이니 용돈을 주면 그런 버릇이 없어진다고 충고를 하신다. 옛날 사람들은 먹을 것을 주고 필요하다는 것이 있다면 그 금액만큼만 주면 된다는 생각이 머리에 꽉차있었고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을 주면 아이들이 비행청소년처럼 나쁘게 된다는 인식이 있었다. 당연히 용돈을 줄 필요가 없다는 고정관념이 꽉 박혀있다. 그러나 아이들은 친구가 뭘 사먹으면 자기도 먹고 싶고 먹을 것을 파는 가게 앞을 지나면 자기도 군것질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직장상사분이 딸아이에게 매주 얼마씩 용돈을 주고부터는 돈을 훔치는 버릇이 없어 졌다고 말씀하시고 나도 내 잘못을 부모님이 용돈을 주지 않아 저지른 한때의 비행으로 인정하고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후로부터 나는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어야 한다는 용돈 전도사가 되었고 아이들의 비행은 따지고 보면 다 부모의 잘못에 기인한다는 신념을  갖게 되었다.

 

방송에서 입양한 6살 아이가 식탐이 있고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굶기고 때리고 묶어놓고 하여 결국 아이가 죽었다. 사랑이 없는 부모의 양육이 아이를 삐뚤게 자라게 한다. 굶어본 아이는 식탐이 생긴다. 다른 아이들이 먹는 것을 보고 방송에서 각종 군것질 선전을 보면 아이도 먹고 싶어진다. 아이는 어디까지나 아이다. 참을 성이 어른만큼은 부족하다. 자연히 남의것을 훔치거나 주머니에 손을 댄다. 좀더 사랑으로 대해주면 아이들이 바르게 자란다. 어른의 잣대로 아이를 바라보면 안 된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는 것처럼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어른이 되는 아이는 없다. 방송에서 나쁜 버릇을 고쳐준다는 미명하에  매를 맞고 헐벗고 굶주리는 아이들을 보면 참으로 가슴이 답답하다.  아이가 외 그런 행동을 하는지 먼저 아이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아이를 때리면  안 된다. 아이가 잘못을 해도 가슴으로 품어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