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

처가집에 가면 바리바리

조왕래 2016. 8. 12. 11:24

    

 

아가씨 이번 일요일 날 뭘 해? 고모부가 좋아하는 부추김치 담아났으니 가져가지!‘ 70대 초반의 큰 처남댁이 아내에게 하는 전화입니다. 주말이면 결혼식을 쫓아다니거나 동호회 테니스에 흠뻑 빠져있어서 시실 주중보다 바쁩니다. 그래도 이렇게 오라고 전화까지 하는데 못 간다고 하기도 뭣해서 일요일 오후에 가겠다고 일단 답을 해둡니다. 자동차로 30분 거리이니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갈 수 있는 거리입니다.

    

가는 날이 임박해지면 아내기 전화를 겁니다. ‘언니 뭐 사갖고 갈 것 없어요?’ 이왕 가는 길에 필요한 것이 있으면 자동차를 갖고 가니 사 갖고 가면 편하기 때문입니다. 처형의 첫마디는 그냥 오라고 합니다. 질문을 바꿉니다. ‘삼겹살 사 갖고 갈 테니 구어 먹을 까요? 아님 토종닭을 두 마리 사갈까요?’ 그러면 닭을 사와 백숙 해먹지 뭐!’ 라는 답을 듣습니다닭을 가는 길에 닭 집에서 한 마리 일만 이천 원짜리 토종닭(?)두 마리 사면 우리 둘 내외와 처남 둘 내외분이 함께 먹고도 남습니다.

    

닭이 압력밥솥에서 푹 삶기는 동안 나는 처갓집 밭에서 오이 다섯개와 고추 20개정도와 파 한단을 다듬어서 비닐봉지에 담습니다. 이 정도면 매일 먹는 것이 아니니 아내와 나 두 식구 한 열흘 먹을 양이 됩니다. 닭백숙을 함께 먹으며 나보다 다섯 살 위의 처남과 세상사는 이야기를 합니다. 처남도 방송의 뉴스를 보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누구와 나누어야 하는데 시골에서 마땅히 이야기 할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던 차에 내가 가니 물 만난 물고기처럼 대화는 끝이 없습니다.  

    

저녁까지 얻어먹고 돌아올 때 자동차 뒤 드렁크가 빵빵해 지도록 이것저것 농작물을 담아줍니다. 집에 와서 자동차 드렁크를 열어 내용물을 점검하니 냉장고용 김치 통 하나 분량의 부추를 많이 넣은 오이소박이가 들어 있습니다. 내가 부추를 좋아하니 순전히 나를 위해 만든 음식입니다. 밭에서 따 놓은 꽈리고추 1kg 정도와 양파 한망에다가 마늘이 한 접 정도 됩니다. 뒷밭에서 딴 자두 50개정도의 봉지가 있고 건강원에 부탁해 만든 양파즙 100개들이 박스가 들어있습니다.

    

농촌의 생활에도 전기요금도 내야하는 등 가용(家用) 돈이 필요합니다. 농사지은 것이라고 주면 농사는 공짜로 생긴 것처럼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하고 그냥 받기만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런 것을 잘 아는 아내가 아마 10만 원 정도는 찔러 넣어 줬을 겁니다.

    

가족이라는 것은 사랑과 배품이 먼저 있어야 합니다. 형제라는 관계는 서로 도와주려고 해야 합니다. 내가 어느 정도 줬으니 어느 정도 받아야 한다는 장사꾼의 마음이 없어야 정이 납니다. 고모나 고모부가 다녀가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아 속이 후련하다고 말 합니다. 우리내외도 손위 형님으로서 잘 모시려 하고 한편으로 의지도 많이 합니다. 이제 나이가 들어 농사일이 힘에 부치는  처남 내외분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농사는 파종과 수확시기가 있으니 힘들다고 게으름을 피우지도 못합니다. 건강하기만 바랄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