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튀기
뻥이라는 말은 부풀린다는 뜻이 있습니다. 말을 보태서 과장스럽게 말하면 뻥치지 말라고 핀잔을 줍니다. 음식에서는 부풀리는 뻥이 있으면 보기도 좋고 맛도 좋아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공갈빵이라 하여 속에 공기가 잔득 든 빵이 대표적이지만 모든 빵이 효모를 넣어 부풀립니다. 국수와 라면의 차이도 라면은 면속에 미세한 기포들이 있고 기름에 튀겨 빨리 익고 맛이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뻥이요 하면 뻥튀기 기계를 연상합니다. 예전에도 옥수수를 튀기고 쌀을 튀겨서 아이들 간식거리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추억담이지만 어릴 적 시장 통을 어슬렁거리다가 뻥튀기 하는 아저씨를 만나면 그 주위에 아이들이 모여듭니다.
밀폐된 뻥튀기 기계가 열을 받아 압력이 올라가면 압력계를 보고 있던 아저씨가 뻥이요! 소리를 지르면 지나가던 아이들 어른 모두가 움찔 놀래며 귀를 막습니다. 곧이어 뻥! 하는 소리와 함께 뭉게구름 피어나고 기다란 철망에 이런 저런 뻥튀기 와르르 담깁니다. 뻥튀기 아저씨나 뻥튀기 튀겨가는 분들이 아이들에게 ‘옜다! 이거 먹어라!’ 하며 한주먹씩 안겨줍니다.
오늘 우리 동네 공원 한 구석에 이동용 뻥튀기 기계를 갖고 와서 원하는 무엇이던 튀겨준다고 광고를 합니다. 콩도 되고 누룽지도 되고 떡국 떡도 되고 심지어 무말랭이까지 튀겨준답니다. 옥수수, 쌀, 보리, 콩에서 참 많이 변했습니다.
나도 옛 추억에 생각나 뭐 튀겨 먹을 것이 없나 하고 아내에게 말하니 선물 받은 현미 찹쌀이 있는데 튀겨오라고 합니다. 한방 튀기는 데 2kg이 정량이고 수고비는 오 천 원 이라고 합니다. 들고 가니 쌀을 튀기러 온 사람도 있고 콩과 현미 쌀을 튀러 온 사람도 있습니다. 현미는 쌀과 달라 튀기고 나면 현미 껍질이 검불이 되어 날리게 되니 미리 키로 까불어 비닐봉지에 소 봉투로 분리해서 담으라고 합니다.
먹을 때 단 맛이 나야 좋다고 가루로 된 사카린을 작은 차 숟갈로 반 숟갈을 넣습니다. 뻥튀기 기계가 빙빙 돌아가면서 사카린이 골고루 섞이면 일정하게 당도가 유지 될 것입니다. 요즘은 반 밀폐된 통속에서 뻥튀기를 터트리니 밀폐된 통이 소음기 역할을 하여 소리도 크지 않고 뻥이요! 라고 외치지도 않습니다. 얻어먹으려고 지켜보는 아이는 더더욱 없습니다.
집에 와서 날리는 꺼풀을 채로 흔들어 털어내고 6개의 소 봉투에 나누어 담았습니다. 아들네 2개 딸네 2개 우리 2개씩 나누어 먹을 심산입니다. 손자, 손녀는 아직 현미찹쌀 뻥튀기 맛을 몰라서 먹으려고 덤벼들지 않습니다. 우유에 타서 주니 그런대로 먹습니다.
간식이 흔한 세상에 뻥튀기는 비인기 품목입니다. 하지만 속이 출출할 때 한번 손대면 멈추기 어려울 정도로 무의식적으로 손이 갑니다. 물론 다른 간식거리가 소이 금방 멈춰지고 기억에서도 금방 잊혀 집니다. 만만 한 게 뻥튀기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하지만 뻥튀기를 통해 옛 추억도 더듬어보고 아들,딸
은 물론 귀여운 손자, 손녀들에게 전통의 간식거리를 제공한 뿌듯함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