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토속 음식을
예전에 즐겨먹던 김장김치나 된장찌개는 요즘 아이들한테는 2순위로 밀려나고 피자나 기름에 튀긴 치킨이 1순위로 올라왔습니다. 민족의 정체성을 보려면 그 민족 고유의 말이나 글이 있고 특유의 의복이나 음식이 있습니다. 음식은 어려서부터 계속 먹어오던 토속음식에 인(습관적인 중독)이 배기면 커서도 그런 음식을 찾게 됩니다. 이렇게 서구화되고 개량된 음식만 찾게되면 자칫 민족의 정체성이 훼손될까 염녀 합니다.
나는 콩으로 만든 우리 고유의 토속 음식은 뭐든 좋아합니다. 어릴 적부터 많이 먹어서 몸에 인이 배긴 모양입니다. 어릴적 우리집에는 직접 농사를 지은 콩으로 길러먹는 콩나물시루가 늘 있었습니다. 콩나물국은 물론 콩나물 무침 콩나물 비빔밥을 자주 먹었습니다. 콩나물에 물을 자주 줘야 잔뿌리가 나오지 않아 식구들 너나 할 것 없이 콩나물에 물을 주는 것에는 이골이 나 있었습니다.
콩으로 메주를 쒀서 된장도 만들고 청국장이라 하여 발효 음식도 만들어 먹었습니다. 지금도 아이들은 기피하지만 내게는 구수한 된장찌게가 좋습니다. 된장을 담으려면 소금이 필요합니다. 요즘이야 교통수단이 좋아서 소금 구입에 어려움이 없지만 나의 할아버지 말씀에 의하면 예전에는 농사를 다 지어 놓고 늦은 가을에서 초겨울사이에 머슴이 등받이를 한 소를 몰고 백 여리의 바닷가까지 가서 소금을 사왔다고 합니다. 힘들어도 간장,된장, 고추장은 가문의 전통으로 비법이 전수 됩니다.
콩으로 두부도 자주 해 먹었습니다. 집에서 두부 만드는 방법은 좀 번거롭습니다. 콩을 깨끗이 씻어 물에 불린 후 맷돌에 갈아서 커다란 가마솥에 넣고 끓입니다. 이를 자루에 퍼 담아 사람인(人)자 모양의 긴 눌림 나무에 올려놓고 지래대 원리로 지긋이 눌러주면 두부의 원료인 단백질의 두부 물과 찌꺼기인 콩비지로 분리 됩니다.
이 두부 물을 끓이면서 소금에서 우러난 간수를 시장에서 사다가 넣으면 몽글몽글 순두부가 되고 순두부를 두부형틀에 넣고 물기를 빼주면 모 두부가 됩니다. 겨울철 항아리에 물을 담고 그 속에 모 두부를 넣어두면 장기간 보존이 가능합니다. 시골에 원만한 집이면 두부 틀이 있었습니다. 간혹 두부 틀이 없는 집에서는 두부 틀을 빌려가서 만들기도 했습니다. 고기가 귀하던 시절 콩류는 단백질의 공급원입니다.
지금은 시골에서도 두부를 만들어 팔려고 하는 집이 아니면 두부를 만들지 않고 필요하면 사서 먹습니다. 모두가 두부공장의 두부를 먹습니다. 두부공장에서는 예전 사람의 손의 힘이 아니고 모터가 달린 기계 힘으로 압착을 하니 두부의 양은 많지만 맛은 좀 못한 것 같습니다. 부산물인 비지도 나무 톱밥처럼 팍팍합니다. 이렇다보니 비지찌게는 맛이 없어 외면 당합니다.
지금의 어른들이 김치나 콩나물, 두부종류를 즐겨먹지 않고 서구화된 음식을 먹게 되면 우리의 토속음식은 그야말로 별미로만 존재 하던가 일부에서만 먹는 음식이되고 차츰 우리 전통의 음식이 아닌 걸로 치부될까 두렵습니다. 서구화된 음식 탓에 비만, 당뇨, 고혈압 등 대사성 증후군의 질병에 시달립니다. 한식이 건강식이라는 것은 증명이 되었습니다.
음식점이 즐비한 먹자골목에 가 봐도 백반이나 김치찌개. 두부찌개는 값싼 음식으로 밀려나버리고 고기가 들어간 서구화 음식이 외식할 때는 주종을 이룹니다. 오죽하면 해마다 가을이면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김장문화를 알리는 행사를 하겠습니까! 우리 몸에는 우리재래 음식이 맞습니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토속음식을 자주 먹어야 하겠지만 후손들에게 전통음식을 인이 배기게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