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훈이 지알지챙이라니

조왕래 2016. 1. 20. 09:41

 

     

오늘 인생학교에서 만난 60대의 강사가 자기 집의 가훈(家訓)지알지챙이라고 합니다. 한자로 심오한 뜻이 있는지 알았습니다. 아닙니다. 가족들 스스로 모두가 자기일은 자기가 알아서 자기가 챙겨야 한다는 뜻이랍니다. 그냥 웃어넘기기에는  여러 생각을 하게 하고 버리기에는 아까운 말입니다. 강사는 현직 대학 교수요 경영학 박사학위를 가진 분입니다.

    

의아해 하는 수강생에게 가훈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자기일은 자기가 알아서 해야지 옆에서 간섭하고 챙겨봐야 결과는 같거나 오히려  가족간에 사이만 더 나빠진다는 말입니다. 공부하라고 닥달하는 집 아이치고 공부 잘하는 아이 못 봅니다. 어려서부터 자기가 한일은  자기가 책임을 지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입니다

    

7살짜리 아이가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때려서 죽음에 이르게 한일도 있었습니다. 11살 소녀가 친아버지와 계모의 학대에 온몸에 맞아서 멍이 들고 세탁실에 갇혀 있다가 겨우 탈출한 사건을 들으며 사회적 공분을 산일도 있습니다. 그냥 두어도 그 나이에 맞추어 알아서 할 일을 부모의 생각 기준에 맞는 높은 가이드라인을 정해놓고 넘어가라고 겁을 주고 때리고 있습니다. 결과는 가정의 해채요 비극으로 결말이 납니다.  

    

자기 자식은 천하 없는 교육전문가도 가르치지 못합니다. 너무 애정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유명한 운동선수가 반드시 유능한 코치가 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나는 그런 동작을 했는데 너는 왜 못하느냐?’고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조금 잘 못하는 것을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이해하고 용납하지 못하는 데서 문제가 모든 발단합니다. 지가 알아서 지가 챙기는 데도 기다려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이 여러 중생을 향해 똑 같은 설법을 해도 감화되는 사람이 있고 마이동풍처럼 흘러듣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설법을 늦게 깨우쳤다고 해서 난리날 일도 없습니다. 제삼자적 입장에서 바라보면 부모나 코치가 그냥 두어도 될 일을 더 잘 가르친다고 닦달을 합니다. 달이차야 기울 듯이 반복해서 실패를 해봐야 한발 더 탄탄한 성공에 다가섭니다

    

물은 생명의 근원입니다. 목마를 때 시원한 물 한잔 주는 사람은 고마운 사람입니다. 하지만  목마르지 않은데 강제로 물을 먹으라고 하면 이게 바로 물고문입니다. 목이 마르면 자연히 물을 찾게 되고 절박하게 자기가 필요하다면  자기일은 자기가 알아서 합니다. 바람에 흔들리며 꽃이 피어나듯 아이들도 실수하며 자라납니다.

    

넘어진 아이가 넘어져 울면서 내가 왜 넘어졌는지를 생각합니다. 넘어지기도 전에 넘어질 수 없도록 안고만 다닌다면 그 아이는 영원히 아기가 될 것입니다. 넘어지자마자 일으켜 세워줘도 내가 왜 넘어졌는지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아 반복해서 넘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남의 잘못한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런 말 저런말 참견하고 싶어집니다. 누구나 지적당하면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물건을 막 훔친 도둑놈보고 야 이 도둑놈아라고 해도 듣는 도둑 기분 나쁘다고 합니다. 나이들어 바른 말이라도 자주 하다보면 꼰대라는 별명만 얻습니다.

 

지가 알아서 잘 챙기겠지 하고 한발 물러서서 바라보면 90%는 제대로 굴러갑니다 나이들어 세상일은 세월이 절반은 해준다고 믿으면 마음 편합니다. !00% 완벽은 없습니다. 옥에도 티가 있고 손실은 어느 과정에서도 생깁니다. '지알지챙' 다시 음미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