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한 후배
세밑에 모 기업이 입사한지 몇 년 되지도 않은 20대로부터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습니다. 여론이 그럴 수가 있느냐고 흥분들 했습니다. 세계 경기가 안 좋다고 하고 여파로 국내 경기도 좋지 않습니다. 20대를 명퇴시키는 그 기업도 오죽하면 그런 결단을 내렸겠습니까? 올해도 경기부진으로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의 예상 발표 소식을 접하면 마음은 우울합니다.
인생이모작을 살아가는 내 입장에서는 세태의 경기를 직접 피부로 느끼는 젊은이들 보다는 둔감하게 느끼고 살아갑니다. 내 일가친척이나 친지 중에 명퇴를 당했다는 사람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합니다. 사오정이니 이태백이니 하는 말은 특별한 집단이나 특이한 경우로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요즘 53세의 테니스 동호회 후배가 명퇴를 당했다는 소리를 들으니 먼 나라이야기가 아니구나! 바로 우리 이웃의 이야기구나 하면서 피부로 슬슬 불황 위기의 분위기를 느낍니다.
세상은 우울한 소식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5년 전에 중국으로 떠난 옛 테니스 동호회 후배회원이 우리 클럽에 놀러왔습니다. 우리도 반가워 어쩔 줄 몰라 했고 본인도 고향집에 온 것처럼 얼굴이 상기되어있었습니다. 후배회원은 5년 전 중국으로 떠날 때는 중국 현지공장을 세우고 상무라는 직위와 공장장이라는 직책을 갖고 갔습니다. 덩치도 크고 호탕한 성격에 불도저처럼 밀어 붙이는 추진력도 있는 후배 회원 입니다.
나보다 젊은데다가 테니스 실력도 한수 위로 빠른 발과 강력한 스트로크는 내가 막아내기는 역부족 이였습니다. 당연히 나보다 상위랭킹선수들하고 주로 게임을 하고 가끔 복식게임으로 나와 시합을 하는 정도였습니다, 테니스이 복식경기는 나의 파트너의 실력에 따라 상위 랭킹의 선수도 상대할 수가 있다는 것이 매력입니다.
반갑다고 서로 악수하고 테니스 게임을 했습니다. 5년 동안 테니스 운동을 하지 않아 감각이 많이 둔해 있습니다. 예전처럼 강력한 스트로크를 날리지만 정교하지 못해 네트를 때리거나 아웃을 시킵니다. 몸도 나잇살로 불어나 있고 발도 느려져있습니다. 5년이라는 세월을 느낍니다. 중국에서 너무 바빠 운동은 엄두를 못했다고 합니다.
운동이 끝나고 늘 해오던 방식으로 국밥집에 갔습니다. 막걸리 한 순배를 돌자 후배가 근황을 이야기 합니다. 중국공장이 처음에는 적자를 봤는데 점차 안정이 되어 흑자로 돌아섰고 자신도 그간의 공을 인정받아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고 말합니다. 앞으로 3년 정도는 더 중국 현지공장에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공장이 처음 가동될 때는 현지적응이 어렵고 적자여서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합니다. 운동이나 관광은 끔도 꾸지 않았다고 합니다. 직접 내 눈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그간의 고생은 안 봐도 비디오입니다.
명퇴다 감원이다 우울한 소식만 듣다가 흑자다 승진이다 이런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열심히 책임자로 노력하여 이만한 성과를 거둔 후배가 자랑스럽습니다. 축하의 박수를 힘껏 쳤습니다. 구체적인 성과와 한 일에 대해서는 기업 비밀이니 내가 알 필요가 없습니다. 여기저기서 어렵다는 이야기만 듣다가 기쁜 소식을 들으며 이런 성공하는 기업들이 있어 나라경제가 돌아가고 우리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