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 작품 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 가〉라는 단편집이 있습니다. 하늘의 천사 미하일이 하느님의 말씀을 어긴 벌을 받아 지상으로 추락했습니다. 가난하지만 선량한 구두 수선공 시몬이 발가벗고 교회 담벼락에 쓰러져 있는 미하일을 발견하고 측은하게 생각하여 집으로 데려옵니다. 시몬은 아내를 달래 함께 살기로 합니다.
미하일은 시몬에게 구두기술을 배우지만 솜씨가 좋아 시몬에게 많은 돈을 벌게 해줍니다. 그리고 6년이 지나 미하일은 하늘로 올라갑니다. 하느님이 미하일에게 숙제를 준 세가지 질문에 답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첫째 질문이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였습니다. 미하일이 알아낸 답은 사랑입니다. 추위와 굶주림으로 죽어가던 자신을 구해준 시몬부부에게서 사랑을 본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사랑이 있지만 그 사랑을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길거리에 발가벗고 추위에 떨고 있는 사람을 누구나 집으로 데려가서 옷을 주고 밥을 주고 함께 살기란 사실 어렵습니다. 이렇게 거창한 사랑실천이 아니더라도 작은 사랑 실천을 하기도 어렵습니다. 사랑하는 방법도 훈련이 필요합니다. 마음 속에 백번의 사랑 계획보다 한번의 실천이 사랑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구세군 자선냄비가 등장합니다. 붉은 복장에 종소리의 의미는 다 알고 있습니다, 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천 원 한 장 정도는 넣을 여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넣는 사람보다 넣지 않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일 년에 한번만이라도 거리의 걸인에게 적선하는 따뜻한 마음씨가 피어올랐으면 좋겠습니다. 돈이 없어서 보다는 마음이 메말라 있습니다.
남에게 사랑을 못 베풀면 가족에게라도 베풀면 됩니다. 나는 올해 한 가지를 했습니다. 딸이 아들을 낳아 친정집이라고 몸 조리차 와 있습니다. 두 시간 마다 아기분유를 따뜻한 물에 타서 온도를 맞혀 먹이고 수시로 똥, 오줌 싼 기저귀를 갈아줘야 합니다. 보통 신경 쓰이고 귀찮은 일이 아닙니다. 안아달라고 울고 잠투정하느라고 칭얼 됩니다.
딸의 얼굴이 반쪽이 되었습니다. 주말에는 사위가 와서 함께 보는데도 쩔쩔맵니다. 딸의 내외에게 반짝 선물을 하고 싶었습니다. 어떻게든 아이는 우리가 볼 테니 저녁에 너희내외 둘이 나가서 영화도 한편보고 저녁도 먹고 놀다 오라고 했습니다. 주머니에 5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찔러 넣어줬습니다. 아내도 빙그레 웃으며 한 장을 더 찔러넣습니다.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아이와의 전쟁이 벌어집니다. 안아야 조용합니다. 체중5kg의 아이를 30분 이상 안고 거실을 돌았더니 팔이 아픕니다. 분유타 먹이고 기저귀 갈고 우는 아이 달래고 바쁘게 시간이 흘러갑니다. 놀러나간 딸도 귓전에 맴도는 아이소리에 긴 시간 놀지는 못하고 돌아 왔습니다. 손에는 내가 좋아하는 빵이 들려있습니다. 훗날 딸 내외는 부모의 작은 마음 씀씀이가 있었던 오늘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 가? 누가 나에게 물어보면 정(情)으로 산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랑이란 남녀 간의 정분이 먼저 떠오르고 예전에는 별로 사용하지 않던 말이라 외래어 같습니다. 사람의 기본인 인정(人情)이 넘실되는 사회를 그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