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고향이야기

조왕래 2015. 11. 29. 22:16

 

늦은 가을비가 오고 나서 조석으로 온도차가 더욱 심해집니다. 이제 흰 눈이 올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거리엔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고 추위에 움츠려 들면서 어머니 품속 같은 고향을 떠 올리게 됩니다. 고향이라는 단어와 연상되어 제일먼저 떠오르는 것이 나에게는 국민MC 송해 선생님이 부른 '고향 설'이라는 노래입니다.

 

한 송이 눈을 봐도 고행 눈이요

두 송이 눈을 보다도 고향 눈일세

깊은 밤 날려 오는 눈송이 속에

고향을 불러 보는 (중략)

    

소매에 떨어지는 눈도 고향 눈

뺨 위에 흩어지는 눈도 고향 눈

타향은 낮 설어도 눈은 낮 익어  (중략)”

    

사실 고향 눈과 타향 눈이 다르기야 하겠습니까만 눈을 보면 고향 생각이 난다는 그런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이북이 고향인 송해 선생님이 방송의 가요무대에서 이 노래를 부를 때면 나도 고향 향수에 빠져듭니다. 간단히 다녀 올 수 있는 가까운 곳에 고향이 있는 사람도 가끔씩 그리워 하는데 이북이라는 가지 못하는 곳에 고향이 있는 분들은 얼마나 안타깝겠습니까?

    

1983630KBS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32년이 지난 20151010일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나는 이산가족도 아니고 32년이 지났지만 그 당시 녹화영상을 다시 보면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쏟아집니다. 고향산천, 부모형제, 어린 시절 이런 단어들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더욱 또렷이 기억됩니다

    

    

내 고향은 경상북도 영주입니다. 중학교를 고향서 졸업하고 열일곱 살 고등학교 진학 차  서울로 올라왔으니 산 햇수로 따지면 서울에서 훨씬 오래 살았습니다. 그러나 기억의 창고를 열어 제치면 고문서가 쏟아지듯 어릴 적 고향 추억이 가득합니다.

    

엄마 손잡고 외가 집 가던 일, 동네친구와 술래잡기, 깡통 차기 놀이도 즐거웠고 눈이 오면 형들 따라 토끼 사냥도 신나는 일이였습니다. 굵은 철사를 이용하여 썰매를 직접 만들어 타기도 하고 눈사람도 만들었습니다. 여름철에는 동네 저수지에서 물놀이하고 팬티하나만 걸친 반나체차림으로 온 동네를 활보해도 경찰이 잡아가지 않았습니다. 서울의 직장생활은 늘 반복의 연속이다 보니 신기할 것도 특별할 것도 없어선지 세월만 보낸 느낌입니다.

    

지금도 방송에서 영주 부석사나 문수면의 무섬마을이야기가 나오면 가던 걸음을 멈추고 귀를 쫑긋합니다. 식물로 만든 옷감 풍기인조견이 한때는 호황을 누렸지만 새로운 화학 섬유가 대량 생산되면서 사라졌습니다. 이제 다시 웰빙 바람을 타고 재조명을 받기 시작하고 서울 이곳저곳에 판매장이 들어서는 것을 보면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 같아 회심의 미소를 짓습니다

    

오늘 지하철 통로에 커다랗게 영주 전통 삼계탕이라는 광고물을 보았습니다. 영주사과 광고물도 자주 보입니다. 영주선비촌의 민박 홍보물도 보면서 고향의 발전에 기뻐합니다. 외국에 이민 간 사람이 올림픽 때만 되면 매일 아침 고국의 메달 획득 숫자를 챙겨보며 즐거워한다고 합니다. 고국과 이민 간 나라사이에 운동시합이 벌어지면 아버지는 고국을 응원하고 이민 가서 태어난 자식은  이민국을 응원한다고 합니다. 세월이 흘러도 고향은 영원히 고향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