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다란 이불보를 갖고 동네 아주머니들과 산으로 가면 밤늦게 돌아오셨는데 대청마루에 한가득이었다. 빨리 펼치지 않으면 속에서 열이 올라와 나물이 누렇게 떠버릴 수 있기 때문에 집에 오는 즉시 마루에 우선 펼쳐 둔다. 어느 산에 가서 어떤 종류의 나물을 채취했는지는 모른다. 어머니 살아 계실 때 그런 걸 못 물어 본 것이 마음 한구석 늘 아쉽게 생각되어 자리하고 있다. 지금도 많이 후회된다.
산나물을 팔거나 사는 사람도 없던 시절이고 농사일 때문에 자주 가지는 못하고 일 년에 두세 번 간 것 같다. 아내도 시골 출신이어서 달래 냉이 정도는 아는데 산나물 종류를 제대로 알까 걱정도 되어서 친구한테 물어보고 아는 것만 해 오라고 당부했다. 독초라도 뜯어오는 날에는 배탈이 날지도 모르니까? 그날 저녁 무렵 나물을 많이 해서 무거우니 버스 정거장까지 마중 나오라고 전화가 왔다.
부랴부랴 달려가니 배낭 한가득하고 양손에 큼직하게 들고 있다. 집에 와서 펼쳐보니 쑥하고 다래 순, 비싼 두릅에다가 취나물까지 있다. 취나물은 재배한 것을 1kg 만원에 샀다고 한다. 요즘 산나물도 시골 동네 사람이 하기 때문에 외지인은 산에 못 오르게 한다. 그 동네에 친분이 있는 아내 친구 덕에 산에 오르는데 겸사겸사 취나물도 사게 된 모양이다. 요리를 하여 아들네도 좀 주고 며칠은 먹을거리가 될 것 같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산나물의 향기를 맡으며 아내와 오순도순 나물을 손질하는 재미도 있다. 서울에 살아도 예전에는 봄이면 해마다 이웃집들과 나들이 겸 쑥을 뜯으러 갔다. 두세 번 먹을 만큼만 채취되면 더 욕심부리지 않고 시골 도토리묵이나 파전을 파는 집에 들러 막걸리 마시며 놀다가 집으로 오곤 했는데 요즘은 같이 갈 이웃도 없고 나이가 들어감인지 이런 것에 모두들 흥미가 없어 한다.
나이가 들면 열정이나 호기심이 감퇴된다. 그럴 것이다 하고 미리 단정해버리니 탐구심도 없어진다. 차를 갖고 가면 기름값에 차라리 사 먹는 편이 낫다는 생각도 한다. 계산상으로는 분명 맞지만 계산서에 오르지 않는 낭만과 멋이 없어지고 아등바등 사는 삶에 마음마저 팍팍해지는 손실은 어떻게 되나?
나이가 들면 열정이나 호기심이 감퇴된다. 그럴 것이다 하고 미리 단정해버리니 탐구심도 없어진다. 차를 갖고 가면 기름값에 차라리 사 먹는 편이 낫다는 생각도 한다. 계산상으로는 분명 맞지만 계산서에 오르지 않는 낭만과 멋이 없어지고 아등바등 사는 삶에 마음마저 팍팍해지는 손실은 어떻게 되나?
아무리 도심에 산다 해도 버스나 전철로 1시간이면 교외로 나갈 수 있다. 쑥도 뜯고 토속음식에 동동주 한잔 마시는 즐거움도 크다. 나이가 들수록 집보다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 육체 건강이나 정신건강에 최고다. 호기심 많고 많이 움직이는 사람은 아무래도 덜 늙는다. 이왕이면 산나물도 뜯고 봄도 만끽하는 생산적인 나들이를 자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