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고객 만족 첫째는 피해 보상이다.

조왕래 2013. 4. 12. 18:14

고객 만족 첫째는 피해 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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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갖고 있는 소형 노트북인 넷북의 내장 배터리가 기능을 발휘하지 않아 충전 부분의 고장인가 배터리 자체 결함인가 알기 위해 甲 전자 A/S 센터에 갔다. 참 친절하다. 내 앞에 대기 고객의 숫자와 대기 예상 시간을 알려준다. 내 앞에 대기자가 한 명 있으며 약 15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거다. 명찰에 신입사원을 표기한 아리따운 아가씨가 친절하게 고장의 내용을 묻고 기재하는데 꼼꼼하다. 이 부분은 흡족하게 마음에 든다.

어느 병원에 갔더니 접수를 한 후 해당 진료과 앞에서 무한정 기다리란다. 내가 담당 간호사에게 항의를 했다. 내 앞에 몇 사람이 대기 중이고 정확하지는 않아도 몇 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알려줘야 나도 여유를 가질 것 아니냐? 간호사는 얼굴에 낭패감을 표시하고 오늘 재수 없는 날이구나 하는 표정이다. 만약 30분 이상 기다려야 하면 대기실에서 나와 TV라도 볼 텐데 지금 복도에 기다리는 사람이 환자도 있고 보호자도 있고 다른 과 진료 환자도 있어서 대충 사람 머릿수로도 도무지 종잡지 못한다.
 
친절과 서비스가 몸에 배어있지 않으면 고객의 심정을 모른다. 가마 탄 사람은 가마 맨 사람 고생 모른다는 말처럼 기다리는 사람은 아예 안중에도 없다. 요즘에는 어떻게든 개선됐을 텐데 최근 병원에 안 가봐서 어떻게 개선되었는지는 모른다.
 
세계 최고의 기업인 甲 전자는 역시 부자이며 고객 만족을 지향하는 甲 전자의 서비스는 남다르다. 음료수나 자판기 커피는 고객이 마음 되로 먹을 수 있고 기다리는 동안 인터넷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T/V 시청도 가능하다. 그런데 5분쯤 기다렸을까 40대 초반의 젊은 고객이 큰 소리로 항의를 한다. 부품을 사서 집에 가서 교체하려니 규격이 맞지 않아 먼 거리를 또 왔다는 거다.

“사 가기 전 두 번 세 번 물어봤는데 맞다 해놓고 이게 뭐냐? 또 오게 만들고”

“그게 맞는 건데요” 처음엔 대항하던 직원도 사태를 파악한 듯 자신 없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다가 이내 고개 숙인다. 고객은 내 말발이 먹힌다고 더 큰소리친다.

나는 서울시 시정 모니터로서 서울시 자치단체의 민원 접점부서의 친절도를 암행 감시한 적이 있다. 고객 만족을 지나 고객 감동의 시대는 기본이고 이제는 더 나아가 고객이 정말 감동한 나머지 졸도를 하는 고객 졸도를 지향하는 시대다. 나에겐 A/S 최고의 기업이 이럴 때 어떻게 처리하나 좋은 공부 자료가 생겼다고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짐짓 딴짓하며 甲 전자의 처리 방법을 눈여겨 지켜봤다. 담당 직원은 고객이 화가 풀릴 때까지 듣고 있는 것이 전부다. 좀 실망스럽다. 고객도 반응이 없자 스스로 화도 수그러지고 부품을 다시 받아가는 걸로 2~3분간의 떠들썩함은 끝이 났다.

전자제품도 종류가 다양하니 부품 규격도 각양각색일 것이다. 이런 일은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고 앞으로도 일어날 개연성이 있다. 내가 봐도 고객이 엉뚱한 생트집을 잡는 저질 고객이 아니라 담당 직원의 실수가 명백하다. 부하 직원이 잘못하면 상급자가 또는 전담 매니저가 별도의 방으로 안내하며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제도화된 (일반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는 몇 년 전에 5천 원을 차비 조로 주었다) 배상을 해야 한다. 이런 식의 처리 방법은 곤란하다.

집에 와서 甲 전자의 전화상담실에 물어봤다. 이런 경우 원칙적인 처리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해 한참 내부 의견 조율을 거치는 같더니 규정이 없다는 답을 들었다. 이번 경우와 같이 내부 직원이 고의적이 아니라 부주의로 잘못하여 고객에 피해를 끼칠 수 있다. 소비자 서비스 헌장에 첫 번째로 들어가야 할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