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틈새 시장 커피숍

조왕래 2013. 12. 27. 14:13

 

 

남한산성은 서울 동쪽에 있는 산이라고 하기에는 좀 낮지만 역사적 의미와 잘 다듬어진 등산로 덕분에 찾는 사람들이 늘 붐비는 곳이다. 남한산성을 오르는 코스 중 8호선 종점인 마천역에서 올라가는 등산로 입구에 작은 커피숍이 있다. 홀 자체가 너무 작다.

 

가운데 4인용 테이블이 하나 있는데 말이 4인용이지 초등학생 책상 크기여서 실제는 두 사람이 마주 앉으면 꽉 차는 테이블이다. 창가 벽면에 붙박이 선반형 테이블이 보조해준다. 이마저도 ‘ㄱ’자 형태에 한 면에 두 사람씩 네 사람이 앉을 수 있을 뿐이다. 의자를 이리저리 당겨 앉으면 잘 해야 10여 명 들어가는데 6~7명이면 꽉 찬 기분이 드는 곳이다. 전에는 등산객을 상대로 오이나 과일을 파는 곳이었다.


등산객들은 대부분 하산하여 허기진 배와 갈증을 해소하려고 맥주나 막걸리에 간단한 음식을 먹는 것이 상식인데 생뚱맞게 이런 곳에 이런 작은 커피숍을 차리다니 얼마 못가 문 닫는 것 아니야? 했는데 근 1년째 성업 중이다. 성업의 이유를 나 나름대로 분석해 봤다.


첫째는 많은 고객을 다 잡으려는 욕심을 안 부리고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등산객들이 식사 후 커피가 당기거나 그냥 일행과 헤어지려니 아쉬움도 있고 입이 궁금한 소수의 특별한 손님만 타켓을 삼았다. 이들이 전체 산행인원의 1%만 잡아도 작은 가게에 손님은 넘쳐난다.


둘째로 테이블이 적다보니 오래 앉아있기가 미안해서 다음 손님이 들어오는 인기척이 나면 서둘러 자기들이 알아서 나간다. 즉 손님 회전율이 높다. 손님이 없을 때는 창가 테이블에 앉아 지나가는 형형색색의 복장을 한 등산객을 쳐다보는 구경거리도 재미있다.


셋째로 커피 종류는 다양하지만 가격은 2~3천 원 대인 중저가 전략으로 맥주 한잔 보다는 커피 한 잔으로 분위기와 실속을 챙기려는 사람에게 적당하다.


넷째로 마일리지 정책을 펴는데 10잔을 팔아주면 1잔의 서비스를 준다고 한다. 명함 크기의 마일리지 카드에 손님이 스스로 자기 이름을 쓰고 볕드는 창가에 매달아 두게 하는 깜찍함이 있다. 오늘 보니 200여 장이 넘는다. 내 이름의 카드가 나를 유혹한다.


다섯째로 중년의 주인아주머니가 친절하고 상냥하다. 장사의 신이라 해도 바탕은 친절이다. 솔직히 난 커피 맛에 대해서는 평가할 만큼의 입을 갖고 있지 못하다. 커피 마니아는 진귀한 커피의 원산지와 가공방법을 들면서 장황한 해설을 하는데 이를 구분 할 만큼 내 입의 감각은 너무 무디다. 커피 맛 때문에 찾는다고 말하기는 내가 너무 모른다.


일하고 싶어 하는 시니어가 많다 수명 100세 시대에 무언가를 해야 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만큼 젊어 보이고 싱싱한 시니어들이 넘쳐나는 시대다. 5~60대에 청바지도 잘 어울리는 시니어들이 들로 산으로 방황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틈새시장이란 말도 있고 블루오션이라는 말도 있다. 이런 작은 커피가게처럼 내가 감당할 만큼의 고객을 대상으로 큰 욕심 부리지 않으면 창업의 기회는 있다고 본다.

 

도심지에 있는 넓고 화려한 커피숍은 다락같이 높은 가게 임대료에 어마어마한 인테리어비용부담을 안고 출발한다. 장사 하다가 실패로 문을 닫으면 엄청난 손실이 있을 것은 자명하다. 창업을 희망하는 시니어에게 좋은 검토 자료로 정보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