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퇴직할 무렵에 같이 퇴직한 다른 공기업의 지사장급 간부가 있었는데 오랜만에 전화를 해서 얼굴도 볼 겸 검단산 등산을 제의해 왔다. 옛정을 잊지 않고 연락해 주는 것이 고맙다. 검단산(黔丹山) 은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높이 657m의 보통급 산이다.
한강과 접해 있어 산세의 막힘이 없고 동, 서, 북 3면의 조망이 뛰어난 산으로 호수 같은 팔당댐을 한눈에 볼 수 있고 남쪽 편으로는 중부고속도로의 시원한 차량 흐름을 즐겨볼 수 있는 곳이다. 산새도 비교적 험하지 않아 보통사람의 체력으로 등산하기 좋은 코스이며 우리나라 100대 명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주말이면 등산객이 넘쳐나는 곳이다.
'검단'이란 산 이름은 백제 위덕왕 때 검단이라는 도인(道人)이 은거하여 유래했다는 설과 각처에서 한강을 이용하여 한양으로 들어오는 물산이 이곳에서 검사를 받고 단속을 하는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등산은 건강에 유익하면서 오랜 시간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나를 포함한 3명의 등산객의 출발은 5호선 천호역 3번 출구에서 오전 9시 버스를 타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등반길은 여러 곳이지만 오늘은 하남시 산곡동의 산곡초등학교 앞에서부터 출발하는 길을 택했다. 산곡초등학교에 시발점을 둔 코스는 비교적 완만하고 편한 코스지만 중도에 계단이 많은 것이 단점이다.
급경사 지역에는 등반객의 안전과 토사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정비하고 인공계단을 설치했다. 오랜만의 등반이고 나이도 있어서 가급적 느리게 걷기로 했다. 평일이고 날씨도 차가워 등산객이 별로 없다.
우리 세 사람은 그동안 지내온 이야기를 토해낸다. 손녀, 손자 얻고 돌봐주는 일이 주를 이루고 임대 준 주택의 입주자관리의 애로사항도 토로하고 나날이 늙어가는 신체의 소리 이야기며 미래에 삶에 대한 희망도 이야기한다. 대화의 주제는 동서고금을 넘나든다.
검단산은 물이 많은 산이다. 중간쯤 오르니 잘 정비된 곳에서 약수가 졸졸 흘러내린다. 반듯한 돌을 의자 삼아 싸 간 과일이랑, 떡으로 가볍게 간식을 했다. 짧은 코스의 산길에 뭘 먹을 필요도 없지만 이것도 유행을 타는 건지 빈손으로 산에 오르는 사람이 없다. 한겨울에는 먹을 것 없는 딱새가 사람 주위에 몰려들어 먹이를 달라고 날갯짓하는 것이 또 다른 볼거리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하여 사진도 찍고 정상주(酒)도 한잔 마시고 반대편으로 내려가자고 했다. 같은 길을 왕복하는 것은 식상하기 때문이다. 또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 직장생활 할 때의 이야기도 퇴직하고 나서 하니 무용담처럼 힘이 난다. 같은 회사가 아니어서 공통점이 없을 것 같지만 직원 관리 등 달라서 대화의 소재는 더 많다.
하산하여 내가 자주 가는 단골 청국장 집에서 우선은 도토리묵에 막걸리 한잔씩을 걸치고 이 집 특유의 깔끔한 청국장을 겸해서 각종 나물 넣고 비벼먹는 청국장 비빔밥을 먹으니 배가 잔뜩 부르다.
돌아오는 버스에 오르니 취기에 피곤함이 더해 졸음이 와서 깜빡 졸았다. 버스에서 깜박 졸음은 피로회복에 아주 그만이다. 다시 출발지인 천호역에 도착하여 다음 만날 날을 기약하며 헤어지는 것으로 오늘 산행은 마무리되었다. 건강을 도모하고 관계를 도모하는 것으로 등산을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