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소망도 준비가 필요하다.

조왕래 2013. 11. 22. 13:42

 

 

올해 11월도 중순이 지났다. 머지않아 흰 눈이 펑펑 내리고 크리스마스 캐럴과 함께 이곳저곳에서 송년회 이름표를 단 모임들이 많아질 것이다. 여러 송년회 중 나는 가족들과 하는 송년회를 으뜸으로 친다. 우리 가족들이 모여 조촐한 음식을 차리고 촛불을 켜놓고 연초 세운 계획에 대한 성과를 이야기한다.

 

물론 연초에는 새해 희망을 나누는 시간을 가진다. 아이들이 이런 의식을 싫어해서 "아빠 또, 또!" 했지만, 대충대충 살지 말라는 의미를 주기 위함으로 강제적으로 밀고 나갔다. 이룬 성과에는 박수를 쳐준다. 이룬 결과물이 없다고 하면 내가 대신 말해준다.

 

"내 생일에 네가 써준 편지 기억하니? 앞으로 아침에 일찍 일어나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켜 가려고 하는 너 행동을 보니 과연 내 딸이다 했어, 대단해 축하해!" 가족이라 해도 서로 속마음을 모르는 것도 많다. 우리 가족 한 사람 한사람이 진정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것은 여러모로 좋다.

 

나는 무슨 일을 하고 나면 나름대로 잘되었는지 미비한 점은 없었는지 스스로 점검해본다. 한번 잘못한 것을 두번 다시 반복하여 실수하지 않기 위함이다. 등산을 하고 나서도 머릿속으로 영상 필름 되돌리듯 빨리 회상해본다. 지난 주말 등산에 장갑을 안 가져간 것에 생각이 미치자 찾아서 배낭 속에 챙겨 두었다.

 

지난 것을 되돌아보는 것은 공부의 복습 효과와 같다. 바둑의 실력 향상에도 이미 끝난 바둑을 복기해 보고 자신의 패착수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준비하지 않고 거저 얻어지는 성과는 없다. 준비에는 과거의 행적을 돌아보는 데서 시작된다. 준비 없이 운 좋게 횡재수가 있어도 쉽게 얻어진 것은 쉽게 잃어버린다. 운 좋게 당첨된 복권 당첨금 배분 문제로 서로 원수가 된 이야기도 풍문처럼 들린다.   

 

소원도 절실히 갈구하는 사람 몫이라는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친절한 마법사가 가난한 부부에게 세 가지 소망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부부는 매우 기뻐하며 이때부터 신중히 세 가지 소망을 생각했다. 그때 아내가 이웃집에서 풍겨오는 소시지 냄새에 현혹되어 “아 저런 소시지가 두 개만 있었으면…." 그러자 금방 소시지 2개가 나타났다. 이것으로 첫째 소망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것을 보고 화가 난 남편은 분한 김에 “이까짓 소시지 여편네 코에나 붙어버려라.” 하고 말했다. 즉시 아내의 코끝에 소시지가 달라붙었다. 아무리 잡아당겨도 떨어지지 않는다. 이것이 두 번째 소망 충족이었다. 이것은 남편의 소망이었다. 이 소망 충족이 아내 입장에서는 매우 불쾌한 일이다.

 

결국, 두 사람은 세 번째 소망으로 소시지가 아내의 코에서 떨어지길 바랐다. 세 번의 소망 끝에 얻은 것은 겨우 소시지 2개 뿐이었다. 평소 간절히 바라는 소망 없이 대충 살았기 때문에 기회가 와도 잡지를 못한 것이다.

                                                               

 퇴직한 주위 사람에게 뭘 하고 싶으냐고 물어보면 “이 나이에 하긴 뭘 해 그냥 이대로 지내는 거지.” “괜히 뭐 한다고 나대다가 실패하면 어떡해!”라고 말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소망하고 도전하고 결과에 만족하고 또 소원하고 노력하고 작은 성과에 기뻐하고 축하해주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퇴직하고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이것저것 손대는 것도 위험하지만, 수명 100세 시대에 그대로 세월만 죽이고 있는 것도 답답하다.

 

자기를 알고 이루고 싶은 소망 한두 가지씩은 가슴에 품고 이루려고 노력하는 삶을 사는 것이 좋다. 혹 친절한 마법사가 찾아와 소원을 들어준다고 할지도 모르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