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

처 숙모 팔순 잔치

조왕래 2013. 10. 31. 18:55

 

 

 

요즘은 회갑이라고 해도 젊어서 직계 가족끼리만 식사하고 해외여행 다녀오는 것이 일반화된 듯하다. 처삼촌네는 칠순 잔치도 생략하더니 처숙모 팔순 잔치는 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인근 뷔페에서 4촌 이내 친척들만 불렀는데도 30여 명이나 된다.


뷔페는 음식이 다양하고 식성 따라 맘껏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각자 제 음식을 가지러 들락날락하여 어수선하다. 모임의 성격이 팔순 잔치인지라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은데 이분들은 뷔페가 편하지 않다. 드시고 싶은 음식을 물어서 며느리나 딸들이 대신 갖다 주는 모습이 아름답다.


2차로 노래방으로 가기로 했다. 8순인 처숙모가 평소 동네 복지관 노래교실에서 노래를 배우고 있고 신곡도 꽤 많이 알고 있다는 아들의 추천이 있었기 때문이다. 8순인데도 음정 박자는 자주 틀렸지만 숨 가쁘지 않고 노래를 잘한다. 신곡도 여러 곡 부른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일까?


노래방에 가면 내 잣대로 볼 때 꼴불견이 꼭 있다. 첫째가 노래 좀 한다고 따라 부르는 것이다. 말이 따라 부르는 것이지 실제는 주도해서 부르는 꼴이어서 부르는 사람 흥이 반감된다. 한참 눈감고 감정에 몰입하여 부르는데 나보다 나은 미성의 소리가 오버랩되면 기분 확 잡친다. 자존심 상한다.


다음으로 오늘 노래 빨 좀 받는다고 연달아 부르거나 남이 부를 기회를 아예 원천봉쇄하듯 마이크를 움켜쥐고 있는 욕심쟁이다. ‘2절은 내가 부를 깨’ 하며 1절보다 더 잘 불러버리는 것도 내 기분만 생각하지 남의 기분 몰라주는 얌체다.


세 번째가 사교춤을 배웠다고 아무에게나 손 내밀어 끌어당기거나 노래방 그 좁은 홀을 빗자루질 하듯 쓸고 다니는 것도 통 못 봐줄 꼴불견이다. 좌우를 살펴 분위기를 보고 가볍게 춤을 추는 것은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여 환영받지만 상대의 기분은 아랑곳없이 나만의 흥에 취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모든 자리는 의미가 있다. 우선은 그 의미에 충실해야 한다. 팔순잔치의 주인공이 노래교실에서 배운 노래솜씨를 맘껏 발휘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 나이 들어도 즐겁게 사는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도 행복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