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천은 경기도 용인시 구성면 청덕리 법화산 기슭에서 발원하여 성남을 관통하여 한강에 이르는 총 35.62km다. 전철 분당선의 구성역 1번 출구에서 걸어 나와 50m 정도 올라오면 용인시에서 잘 다듬어 놓은 탄천 옆의 산책로 시발점이다. 그 부근에 손님 많은 막국수집도 있다.
탄천의 전설은 염라대왕이 보낸 저승사자를 요리조리 피해 너무 오래 산 삼천갑자 '동박삭'을 잡기 위한 유인책으로 탄천에서 검은 숯을 씻었는데 이를 기이하게 여긴 동방삭이 그 연유를 물어보자 “검을 숯을 씻어 희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삼천갑자가 웃으며 “내가 삼천갑자 (3천*60년=18만 년)를 살았는데 이런 것은 처음 본다.”라고 대답하자 이놈이 바로 동방삭이구나 하고 그를 잡아갔다는 전설에서 유래된다.
탄천의 이름과 유래로 보아 검은 물이 흐를 것 같지만, 정비와 관리를 잘하여 맑고 깨끗한 물이다. 요즘은 투표로 선출된 지자체장들이 경쟁적으로 주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산책로를 잘 정비하고 있어 언제 어느 장소 산책로에 나가더라도 쾌적한 환경이다.
오늘 점심 먹고 잠깐 짬을 내어 구성역 부근의 산책로 시발점에서 정자역 부근까지만 갔다 오는 왕복의 산책을 해 보기로 했다. 전철역으로 5개 역 구간이다.
쿠션(cushion) 있는 산책로와 좀 딱딱한 자전거로가 나란히 붙어있다. 평일 오후 가을 햇볕이 따가운데도 자전거 타는 사람, 조깅하는 사람, 산책하는 사람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와 천천히 바람 쐬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산책을 즐기는 사람도 여럿 있다. 간간이 중풍을 맞은 사람이 재활운동으로 힘겹게 걷는다.
탄천의 얕은 물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좀 깊은 물에는 아기 팔뚝 만한 잉어도 보인다. 훌쩍 뛰어오르는 잉어를 사진 찍으려 해보니 타이밍을 맞추기 어렵다. 물속의 헤엄치는 잉어는 내 눈으로는 보이는데 카메라에는 잡히지 않는다.
냇물과 나는 왈츠를 추듯 가까이 굽이굽이 다가왔다. 또 멀어진다. 흐르는 물은 경쟁하듯 서로 먼저 가려 하지 않는다. 지형에 따라 뒷물의 밀림에 떠밀려 가기도 하고 보의 내리막에는 누가 부르는 듯 작은 물방울과 흰 거품을 뿜어대며 허겁지겁 내려간다. 햇볕에 반사된 물결들이 보석처럼 반짝인다. 냇가 가장자리엔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수초들이 이제는 고향을 잊고 정착하여 찾아오는 바람 손님에 너울너울 춤을 춘다.
운동은 하고 싶지만, 햇볕이 싫은 젊은 아낙의 얼굴은 신형 마스크 안에 숨어 보이지 않는다. 강아지와 산책 나온 할머니는 집에서 가져온 강아지용 물을 먹인다. 강아지는 주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표시로 털에서 윤기를 낸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사랑받으면 화색이 다르다. 곳곳에 설치된 운동기구에 대충 흉내운동만 하고 일어서는 산책객이 하품을 한다.
나의 등줄기에도 땀이 밴다. 10월이 코앞인데도 아직 한낮의 햇볕은 따갑고 덥다. 황금색의 벼 들판 사이로 붉은 고추밭과 푸른 김장용 채소밭이 조화를 이룬다. 걸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노래도 불러본다. 엔도르핀이 샘솟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