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글자 도서
모처럼 동네 도서관엘 가보니 큰 글자 서적을 모아놓은 코너가 새로 생겼다. 나이 드신 분들이 돋보기를 코끝에 걸고 깨알 같은 작은 글자를 읽는 걸 보면 안타까웠다. 도서관마다 확대기가 비치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비용도 비용이지만 구입 후 관리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어 공공 도서관에서도 선 듯 구매를 결정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책 자체의 활자를 크게 만들면 된다는 생각을 나는 못했다. 큰 글자를 원하는 독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인 면으로 제작을 안 하는 것으로 치부하고 있었다. 한 권 끄집어내 보니 제법 글씨가 크다. 읽기가 편하다. 사회적 기업의 출판사라고 적혀있다.
사회적 기업이란 사회적 가치창출을 우선시하는 기업이다. “우리는 빵을 팔기 위해서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판다.”는 루비콘 CEO인 릭 오브리의 말이 잘 설명하고 있는 기업행태다. 아쉽지만 이해도 되는 부분은 책 가격이 비싸다. 독자층이 얕기 때문에 대량 판매가 불가능하여 일반 책의 1.5배의 가격이다.
큰 글자 책의 발간 이유를 책표지 앞장 뒷면에 실었는데 마음에 와 닿는다. “돋보기를 끼고 머리 아파하시던 할머니, 읽고 싶어도 읽지 못해 안타까워하던 시각장애인 이제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바로 그들을 위한 책”이라고 쓰여 있다.
몸이 아픈 사람은 병원으로 가고 건강한 사람은 운동장으로 간다. 그런데 그 중간쯤 되는 지경에는 병원 가기는 호사스럽고 운동장 가기는 몸이 약한 사람이 있다. 이들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약간만 도와주면 건강해져서 운동장으로 가지만 조금만 스트레스를 가하면 병원으로 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위해 힐링(Healung)켐프도 있고 운동 처방사 같은 조력자가 필요하다.
아주 시력을 잃은 사람은 점자책을 보거나 책을 읽어주는 사람의 조력을 받는다. 그 정도까지 시력이 나쁘지 않은 사람이 돋보기로 책을 어렵게 읽다 보니 눈도 침침하고 머리도 아파서 책 읽기를 포기해 버리거나 진도가 더딘 사람이 있다. 이런 분들을 고객으로 목표 삼아 큰 글자 책을 발간한 출판사에 박수를 보낸다.
도서관에서도 이런 책들만 모아서 별도로 진열해두고 접근성을 편하게 한 것은 획기적이다. 장애인 시설을 하는 장소가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시력이 낮은 사람을 장애인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약시(弱視)자 들도 도와줘야 할 대상임은 분명하다.
사람들의 평균 수명 증가에 발맞추어 큰 글자 책 발행 종류나 부수도 점차 증가될 것이다. 백과사전에 새롭게 만들어진 단어가 실리는데 그중 45%가 시니어들 때문에 탄생된 용어라 한다. 사람 수명이 길어질수록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한 현상이 일어나고 따라서 필요 없던 단어들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우리 시니어들의 눈높이에 맞춘 시니어들을 위한 책들을 이제 잘 안 보인다고 또는 책을 읽으니 머리가 아프다는 변명에서 탈피하고 틈틈이 책을 읽도록 하자. 수명 100세 시대에 젊은 사람과 대화를 위해서는 꾸준히 책을 읽어 사고를 젊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