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늙은 남자는 필요 없어

조왕래 2018. 7. 11. 14:48

아들네 집에 가면 두 살 터울의 손자손녀가 3명이 있는데 864살이다. 며느리가 교통사고로 손을 다쳐서 당분간이지만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들네 집에 가서 돌봐 준지가 3주째 접어든다. 초등학교 1학년인 큰 손녀는 아침에 손잡고 학교 정문까지 데려다 주고 퇴교 때는 며느리가 마중을 나간다. 그래도 컸다고 내색은 하지 않지만 은근히 할아버지보다 할머니가 등굣길에 같이 가주길 바란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둘째나 막내도 내가 데리러 가면 할머니는?”하고 할머니 대신 할아버지가  자신들을 데리러 온 것에 대해 싫은 기색이 역역하다. 4살 외손자는 더 심하다 내가 안으려고 하면 울음부터 터뜨리고 나를 보면 도망가서 엄마 뒤에 숨기까지 한다. 그런데 할머니 품에는 잘 간다. ! 할머니보다 할아버지가 인기가 없을까 모든 짐승이 다 그렇지만 어미가 새끼를 키운다. 머릿속에 유전인자가 여성인  어미에게 고착화 되어있는 모양이다.

    

나이든 남자는 찬밥신세다. 찬밥이란 배가 고프면 그나마 먹지만 뜨신 밥이 나오면 거들 떠 보지도 않는 것이 찬밥이다. 집에서도 아침밥 뚝딱 먹었으면 무슨 이유를 대서라도 집을 나와야 한다. 집에 있으면 찬밥신세로 소파에 앉아있으면 아내가 청소기로 밀어 붙인다고 하소연 한다. 공원도 그렇고 야외에 나가보면 대부분이 갈 곳 없는 남자 노인들 천지다. 이를 지켜보는 마음속에는 안타까움 마저 든다.

    

농촌 일손을 모집한다는 광고가 동네 담벼락에 붙어있다. 제주도 마늘밭에서 마늘수확을 도와줄 사람을 구한다고 한다. 비행기티켓도 제공되고 숙식도 책임지고 거기다 상해보험까지 들어준단다. 나이도 60세에서 68세까지를 뽑는다니 노인의 일거리로서는 아주 힘든 노동은 아닌 모양이다. 매일 일당도 65천원이라니 제주도 구경도하고 체험삼아 가볼만 하다. 그런데 남자는 노굿(No Good)이란다. 여자만 뽑는다. 마늘자루도 날라야하고 마늘 캐는데 남자라고 못할 이유가 없을 터인데 참 이상하다.  

    

나이든 남자가 왜 이렇게 인기가 없을까? 첫째로는 나긋나긋하지 않고 무표정이거나 불만이 있는 듯 심드렁한 태도가 문제다. 다음으로 책임감이 약하다. 일을 하다가 힘이 들거나 자존심 상하는 말을 들으면 연장 집어던져버리고 에이 나 안 해하고 일어나버린다. 경제적으로 당장 아쉬움이 없으니 참을성도 약해진다

    

방송에서 60세가 넘어 제 2의 직업을 구하기 위해 요리학원에서 요리를 배운 사람이 출연했다. 요리를 배우고 대형 음식점에 취직을 했다. 모두들 얼마 안가서 그만 둘 거라고 예상했지만 죽기살기로 열심히 일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들 같은 나이의 상관을 진정으로 모시고 열심히 배우려고 한다. 수명100세 시대에 무슨 일이든 일이 있어야 한다. 거울을 보고 선한 표정을 짓도록 연습한다. 대화도 진정성을 담아 환하게 웃으며 기분 좋게 말한다. 인생은 어차피 연습이다. 노력하면 할아버지도 할머니처럼 인기를 누릴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