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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사항을 지켜야

조왕래 2018. 3. 15. 18:07

헌혈을 70회 했다. 헌혈에 대해서는 도사가 되었다고 너무 자신만만해 괴오를 범했다. 헌혈하기 전에 실시하는 전자문진도 달달 외울 정도다. 헌혈간호사가 아! 라고  물으면 어1라고 대답할 정도로 베테랑이 되었다. 이런 자만심이 화근을 불러온다.

    

헌혈을 하면 문자로 헌혈 후 지켜야 할 주의사항이 날라 온다. 주의사항은 지켜야 한다. 헌혈자의 건강을 위해 하는 말이다. 헌혈 후 당일은 술도 먹지 말고 등산이나 과격한 운동도 하지 말라고 한다. 심지어 사우나나 통 목욕도 금지한다. 지금까지 70회 헌혈을 해오면서 헌혈당일에는 심한 운동은 하지 않았지만 가벼운 운동은 늘 해왔다. 별 탈이 없었다.

 

    

 

오늘도 걷기 정도야 어떠랴하고 서울둘레길 고덕산 코스를 걸었다. 산길은 약간의 경사도가 있다. 오르막길은 숨이 찬다. 그런데 종전과 다르게 현기증이 났다. 아차차! 큰일 났다. 몸이 무리라고 말을 한다. 피는 온몸을 순환하면서 세포 곳곳에 영양과 산소를 공급한다. 피를 뽑았으니 다시 피가 만들어 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무리한 산행에 혈액부족을 인체가 깨닫고 현기증을 유발하여 멈추게 한다.

    

되돌아가기도 난감할 만큼 이미 멀리 와버렸다. 앞으로 남은 거리도 상당하다. 대중교통이 다니는 길까지 가려면 앞으로 가든 되돌아가던 상당한 거리다. 오도 가도 못한다는 말을 실감한다. 그래도 내림막이 많아 힘이 덜 드는 길은 되돌아가는 길이다

    

이러다가 산중에 그냥 쓰러지는 것이 아닌가! 겁이 덜컥 났다. 헌혈 후 주의사항으로 메스껍거나 어지러우면 즉시 주저앉아 무릎사이에 머리를 넣거나 누워서 다리를 올리라고 한다. 머리로 가는 혈액이 부족하니 조치를 취하라는 행동강령이다. 일단 바닥에 주저앉았다. 119에 전화를 해야 하나 이대로 안정을 취하면 좀 덜해 지려나 온통 걱정이 머리를 짓누른다.  

    

계속 산에 있을 수는 없다 .10여분을 앉아 있다가 아주 천천히 오던 길을 되짚어 내려온다. 숨이 차고 맥박이 빨라지면 많은 혈액이 돌아야 한다. 혈액에 일을 덜 시키는 길은 아주 느리게 걸어야 한다. 큰길로 나와야 택시를 잡거나 버스라도 탈 수가 있다. 

    

나이가 들면 피를 만드는 조혈기능이 더디게 움직이는가 보다. 이런 위험한 경우를 대비하여 전문가들이 헌혈 후 주의 사항을 알려주건만 이를 무시한 내가 벌을 받는 것이다다행히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안정이 되어  무사히 집으로 왔다. 집에서 잠시 안정을 취하니 말짱하다. 무리하게 등산을 계속 강행했으면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사람이 살고 죽는 것이 아주 작은 차이에서 갈라진다. 

    

건널목에서 신호가 바뀌려고 하는데도 뛰어서 건너거나 지하철 출입문이 닫히는데 다이빙하듯  몸을 날려서 타고나서 의기양양해 하던 만용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 주의 사항을 잘 지키고 무리하지 않으며 여유가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