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경험이 중요하다
영하 10도 이하로 오랜만에 동장군(冬將軍)의 위력을 실감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온수가 나오지 않는다. 약식 점검을 해보니 난방라인은 이상이 없는데 온수라인은 냉수가 들어오는 부분이 얼어서 물을 밀어주지 못해 온수가 나오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아파트 관리소장에게 전화를 했다. 기사를 보내왔는데 아무런 연장을 들고 오지 않고 빈손으로 왔다. 나보고 이런저런 연장을 빌려달란다. 기사가 연장통을 들고 와야지 빈손으로 온 것이 못마땅했지만 당장 아쉬운 것이 나인데 짜증이 났지만 응했다.
대충 이곳저곳을 돌아보더니 보일러가 이상이 있는 것 같다며 보일러 A/S를 하라고 한다. 보일러 고장은 아닌 것 같고 급수라인 어디가 얼어버린 것 같다고 말을 해도 자꾸 보일러 고장 같다고만 말한다. 보일러 A/S점에 전화 연락을 했다. 상황설명을 듣고는 A/S기사는 보일러는 이상 없고 급수라인이 얼어서 그렇다고 전화 진단을 해 준다. 나와 같은 생각이다. 내가 알아서 해결하겠다고 하고 아파트 기사를 돌려보냈다. 신입기사여서 이런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는 것이 분명한데 어쩔 도리가 없다.
원칙적으로 아파트 내부의 고장수리는 아파트 주민이 자주적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전문 기술자를 아파트에서 채용하고 있으니 경미한 보수는 시간이 허락하면 봉사차원에서 자발적으로 해 주기도 한다. 간단한 고장이 아니고 공사를 벌여야 할 정도의 일이라면 주민에게 고장의 원인과 해결방법에 대해서 설명해 줄 수 있어야 전문 기술자로서 관리자의 의무를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파트는 공동주택이므로 날씨가 추워서 영하 10여도 밑으로 내려가면 주민의 동파예방에 대한 방송을 한다. 주기적으로 엘리베이터 점검이나 소독 같은 일도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신경을 쓴다. 전기나 수도가 매일 고장 나는 것도 아니니까 막상 고장이 나면 살고 있는 입주자는 외부 업체의 전화번호를 몰라서 쩔쩔맨다. 이럴 때 관리 사무소가 적절한 도움을 줘야 하다.
우리 아파트는 관리 전문기사가 둘인데 한사람은 몇 년째 근무하여 이런저런 우리 아파트 사고 발생 시 대처 경험이 풍부하다. 오늘 왔다간 신참 기사는 국가 기술자격증이 있어도 실무 경험이 부족하여 실무를 배우는 중이다. 나아가 우리 아파트 구조적 설비에 대해 아직은 이해가 부족한듯하다.
아파트 관리소장과 마주 앉았다. 외부에 수리 의뢰를 할 테니 적절한 업체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외주 주기 전에 휴무일이여서 출근을 하지 않은 선배기사에게 전화를 해서 상황설명을 해주고 해결책이 없는지를 물어보라고 하고 집으로 올라왔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신입기사가 이런저런 장비를 갖추고 올라와서 ‘선배기사로부터 해결 방법을 들었습니다. 내가 한번 다시 해 보겠습니다.’ 하고는 급수 파이프 언 곳을 열풍을 이용하여 녹여주었고 간단히 해결되었다.
알면 간단한 일도 모르면 못한다. 경험이 있어야 일을 자신 있게 처리한다. 오늘의 일을 경험삼아 신참기사의 기술이 한 단계 올라간다. 내가 수고했다고 말하자 기사는 자신이 잘 몰랐다고 죄송하다고 사과를 한다. 처음부터 잘 아는 사람은 없다. 오늘 좋은 경험을 했으니 힘은 들어도 보람된 하루로 기억하기를 기대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는 것처럼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직접해본 경험이야 말로 값진 밑천이다.